업무상재해 여부를 가리는 데 있어 근무시간은 중요한 기준이다. 재해와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업무와 종교활동을 병행할 경우 근무시간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규정될까.

새벽기도 위해 신도 수송하다 교통사고

ㅎ교회 사무장으로 일하던 오아무개씨는 지난 2004년 1월 교회신도 3명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예정시간보다 늦은 이날 새벽 5시께 교회에 도착한 오씨는 동승한 신도 3명을 내려주고 급히 주차를 하다 차량과 함께 언덕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오씨는 골반부·대퇴부·왼쪽어깨뼈 골절상과 흉부좌상을 입었다. 그는 교회 사무장으로서 업무 중 사고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승인신청을 냈다.
그러나 공단은 오씨의 본래 업무인 경리·행정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재해가 아니고, 전도사로서 사적인 종교행사의 참석하던 중 발생한 재해라며 이를 거부했다. 오씨는 소송을 통해 요양불인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오아무개씨,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교회와 같이 종교활동을 하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근로자로서 교회 업무는 물론 교인으로서 사적인 목적으로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 노동자의 행위가 교회의 업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순수한 종교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서울행정법원은 오씨의 행위가 사업주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 또는 승인 하에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업무상재해'라고 판결했다.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교회가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편이 불편했다. 신도들의 편의를 위해 이들을 교회로 수송하는 행위는 교회의 일상적인 업무다. 평소 오씨는 버스를 놓친 신도들을 교회로 수송하는 행위를 해 왔다. 특별새벽기도회에 교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근무에 임하라는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고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간에 신도들을 교회로 수송하다 사고를 당했다. 따라서 오씨가 신도들을 교회로 수송한 행위는 전도사로서 종교활동의 발현 또는 개인적 신앙생활의 발현 과정으로 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교회 업무의 일부로 한 행위로 봐야 한다.”

사업주 지배관리 여부가 핵심

법원은 종교단체 노동자의 근무와 종교활동에 대한 판단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은 해당 행위가 사업주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지시하에 이뤄졌는지 아니면 노동자의 자발적 의사에 이뤄진 것인지를 살핀다.
해당 행위의 주된 목적이 교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신앙에 따른 종교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 밖에 해당 행위의 주된 내용이 교회 업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종교 활동에 해당하는지 등도 고려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교회와 같이 종교활동을 하는 사업장의 노동자가 업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특별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수송하다 재해를 입은 경우도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근무시간 외에 신도들을 수송하는 행위를 교회의 업무로 보고 이로 인한 재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관련 판례>
서울행정법원 2006년 3월29일 2006구합724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서울고등법원 2007년 1월9일 2006누9216 항소기각
 
 
 
<2009년 5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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