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신체의 조절 중추다. 때문에 뇌손상은 신체의 거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급성기 의식이 없는 환자를 보면 누구나 “언제 환자가 깨어날까요? 가망은 있는 것입니까?” 하고 묻는다. 이때의 초조함이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 할지라도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 다만 의학적인 상태를 미뤄 “곧 깨어날 겁니다” 또는 “상태가 어려울 것입니다”, “지켜봐야겠지요” 등의 대답을 할 수 있다.
또 흔한 질문이 “언제 완치될까요?” 또는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환자가 예전과 똑같아질 수 있나요?”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수년간 의식이 없던 환자가 어느 날 불현듯 심박수가 올라가고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눈을 떠 흐릿한 시야 속에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고, 옆에 있던 누군가를 잠긴 목소리로 부를 수만 있다면 요즘 논쟁이 되고 있는 회생불능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 문제도 일축될 것이다.
사고 후 6개월이 가장 중요
뇌손상 후에도 사고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경미한 뇌손상에 국한된 것이다. 대개의 경우 손상정도나 부위에 따라 회복이 결정된다. 나이나 손상정도를 고려하더라도 2년에서 3년간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사고 후 초기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흔한 질문이 “왜 기억이 없죠?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굉장히 총명한 사람이었는데요” 하면서 인지장애에 대해 묻는 것이다. 혼수상태에 오래 있었던 환자의 경우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 각성 후에도 사고 전후의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없는가에 따라 환자의 회복기간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뇌손상 초기에 흔한 기억의 인출이나, 교육(가르쳐 준 것을 잊지 않고 다음날 기억해 낼 수 있는 정도)의 부재는 뇌손상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심한 인지장애는 몸의 마비나 언어의 장애보다 환자의 회복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욕을 한다든지, 충동적으로 변한다든지 또는 심한 우울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성격의 변화는 전자의 경우 뇌의 손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만 후자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인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지지와 간호 필요
뇌손상 환자에게는 누구보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지지와 간호가 필요하다. 심지어 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은 시기에도 환자의 각성에 도움을 준다.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손길, 평소 좋아하던 음악이나 사진, 따뜻한 햇살 등 다양하고 친숙한 외부 자극은 환자를 회복시키는 데 훌륭한 치료가 될 수 있다.
환자의 회복은 그 자신이 가진 내과적 문제와 나이, 이전의 신경학적인 문제나 현재의 심한 정도, 손상부위와 정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심한 뇌손상 후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기억상실 기간을 거친 후 회복되고 이후 운동마비나 감각, 인지가 호전된다. 물론 모든 환자가 이런 과정을 밟는 것은 아니다. 회복의 속도도 개인별로 다르지만 초기의 회복기간에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았는지 여부가 환자의 일생에 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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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