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조차 내주지 않는데 집회신청은 해서 뭐하나. 합법시위 한다고 연행 안 할 것도 아니고."
검찰과 경찰이 연일 강경입장을 내놓고 있다. 단순 시위참가자까지 연행해 기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법치주의 확립'을 강경대응의 이유로 내세웠다.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근의 법치는 뭔가 잘못됐다. 엄정한 법 집행이 사회적 약자에게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무수한 시민·학생들이 경찰서에 불려 다녔다.
특히 4일에는 과잉진압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까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전허가 없이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항의수단의 하나다. 이쯤되면 법은 '횡포'에 가깝다.

지난해 촛불집회 재판을 되돌아보자. 촛불집회 재판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법의 정치'는 사회적 약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표적수사·표적집행으로 악용돼 권력자의 도구로 동원되는 것이 우리사회 법치의 현실로 드러났다.

이를 고려할 때 경찰·검찰이 수십 년째 외치고 있는 법치주의가 왜 정착되지 않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비유되는 법 집행의 불공정성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수천 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재벌 오너들은 예외없이 사면·복권됐다. 비리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법은 약자보다는 강자에게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법집행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위에서 아래로 널리 퍼지면 법치주의 확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법치주의 확립에는 집행권을 손에 쥔 경찰·검찰·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의 의무는 우리사회의 질서유지다. 검찰과 판사는 공정한 법 집행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반대로 그들이 권력자의 편에 섰을 때 법치주의는 멀어진다. 언제까지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주기를 기대하고 검찰이 공정한 법 집행관이 되어 주기를 희망해야 할까. 법이 권력가와 상류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힘없는 서민을 위한 법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 5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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