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조직에서의 생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는 상극인 상사와 일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무리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능력에 비해 무리한 보직발령으로 과로가 누적되고 뇌출혈로 이어졌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12년간 전산업무 담당하다 학습지 교사로 발령

공아무개씨는 94년 학습지회사에 전산요원으로 입사했다. 12년간 전산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6년 5월 갑작스레 학습지 방문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타 부서 잉여인력을 모두 학습지 교사로 전환배치 시켰기 때문이다.
전문대를 졸업한 후 오랫동안 전산 업무만을 해온 공씨는 학습지 교사 업무가 버거웠다. 그러나 매일 2~3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하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3개월 만에 회원수가 크게 늘어나는 성과가 나타났다.

이것도 잠시, 학습지교사 5개월 만인 그해 10월 공씨는 구토와 두통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공씨는 무리한 보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승인을 신청했다. 공단은 공씨의 업무량이 동료 직원에 비해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뇌출혈 진단 당시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점, 공씨가 종전 건강검진에서 비만과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이유로 거부했다. 공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업무상 과로가 뇌출혈 유발

이 사건의 원고는 공아무개씨고,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주된 발생 원인이라고 보이는 고혈압 및 동맥류가 겹쳐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추단된다”며 공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요지는 이러하다.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 입증 가능하다. 또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과로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 고혈압 및 동맥류와 겹쳐서 병을 악화시킨 결과 뇌출혈이 발병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사실 의학적으로 ‘과로사’라는 용어는 없다. 다만 뇌심혈관계질환에 과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업무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업무상재해로 판정한다.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공씨의 무리한 보직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키웠을 것으로 봤다. 또 초과근로를 한 점도 인정됐다. 비록 공씨가 기존에 고혈압과 동맥류 등 뇌출혈 원인이 된 질병을 앓고 있었다 하더라도 ‘급격한 업무의 변화’가 뇌출혈의 진행 속도를 악화시켰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관련 판례>
서울행정법원 2008년 5월28일 선고 2007구단5632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2009년 4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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