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원인이 돼 생기는 질병을 업무상질병이라고 부른다. 업무상질병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온도·유해광선 등 물리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경우, 분진에 의한 진폐증, 세균 등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것, 그리고 유기용제 등 화학물질에 의한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화학물질은 노출기간이 짧아도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김성무(28·가명)씨는 일한 지 4개월 만에 '화학물질에 의한 독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00년 7월 인조가죽을 만드는 ㅎ사에 입사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이 회사에는 130여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입사 후 처음 2개월 동안 인쇄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다 원료를 배합하는 건식배합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근무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잔업이 있을 때는 오후 8시나 11시까지 작업을 했다.

인조가죽 만들면서 DMF 사용해

이 회사에서는 인조가죽을 만들면서 가죽의 표면처리를 위해 디메틸포름아미드(DMF·dimethylformamide)라는 유기용제를 사용했다. DMF는 인조가죽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를 배합·코팅·접착하는 과정에 사용했다. 공장 안에는 늘 암모니아 같은 시큼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하는 노동자는 없었다. 유기용제용 장갑도 사용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면장갑을 끼고 일했다. DMF가 호흡기와 젖은 면장갑을 통해 피부로 스며들었다.

일한 지 얼마 안 돼 배앓이

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DMF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초기증상이었다. 동료들은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DMF를 취급하는 노동자는 업무에 배치되기 전에 건강진단을 받고 배치 후 1개월 이내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씨는 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것은 배합부서에서 일한 지 두 달이 흐른 2000년 11월. 특수건강진단 당시 그는 심한 황달증세를 보였고 전반적으로 간 기능이 저하돼 있었다.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간염진단을 받았다. DMF에 의한 독성간염이었다. 
 
 
DMF 취급노동자는 음주 자제해야
DMF는 약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무색의 액체다. 상온에서 공기중으로 쉽게 날아가고 물과 대부분의 유기용제에 잘 녹는다. DMF는 인조(합성) 피혁제조공장·합성섬유·화학제품을 제조할 때 합성수지의 용매 또는 첨가제로 사용된다. 보호코팅·접착제·필름과 인쇄용 잉크의 보조용제로 널리 이용된다. 합성피혁을 만들 때 배합·코팅·인쇄 공정에서 다량 사용된다.
DMF는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초기에는 복통·소화불량(더부룩함) 증상이 나타난다. 메스꺼움·헛구역질·황달·만성 피로 등은 급성간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노출이 지속되면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DMF에 노출된 후 술을 마시면 간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보균자) 등 간질환자에게는 특히 위험하다. DMF에 의한 독성 간염은 취급 1~2주 만에 발생할 수 있어 주로 신규 입사자들이 많이 걸린다. 직업병이 아닌 개인질병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성간염이 발상했는데도 DMF 취급 업무를 중단하지 않으면 치료를 병행하다 사망할 수 있다.
DMF를 취급하는 노동자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반드시 산업의학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주는 6개월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 노동자의 간 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DMF 취급공정에 대해 6개월에 1회 이상 작업환경을 측정해 DMF의 농도를 관리해야 한다. DMF 증기 발생지역에는 밀폐설비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2009년 4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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