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는 여성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부중앙청사내 여성 공무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들은 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사내 여성차별구조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승진이나 임용시 불리한 대우를 받고 각종 여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노골적인 성희롱'이 빈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성희롱 백태=여성 공무원들이 털어놓는 성희롱 피해사례는 노골적이다. 한 기능직 여직원은 8일 "상관이 업무지시를 하면서 가슴을 주시하거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은 이젠 익숙할 정도"라며, "모 부처장의 '엉덩이 토닥이기'는 유명해서 여직원들끼리 '엉덩이랑 허벅지는 양호하지'라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능직 여직원(2년차) A씨는 작년 초 부처를 옮긴 후 B국장으로부터 계속해서 신체적 성희롱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A씨는 "B국장은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 일과 중에 사무실로 자주 불렀다"며, "바로 옆 의자에 앉히고 허벅지를 만지며 '살이 빠졌나' 묻고는 '음란 인터넷 사이트는 어디에 있느냐'면서 직접 찾도록 시켰다"고 폭로했다. 결국 A씨는 몇달간의 속앓이 끝에 자신이 당한 일을 다른 여직원들에게 말했고, 성희롱 피해 직원이 부처내 여럿이라는 것과 국장의 성희롱이 상습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모 부처 여직원 C씨는 지난달에 D국장에게 당한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C씨는 "업무 때문에 방에 갔더니 D국장이 '위에 입은 셔츠가 얇지 않느냐'고 묻더니 셔츠를 손으로 들춰 올렸다"며 "깜짝 놀라서 뒤로 피하자 국장이 몸을 안으려고 해서 방을 뛰쳐나왔다"고 폭로했다. C씨는 현재 부처의 업무 환경에 대해 "D국장의 방에서 이런 일을 당할 때의 당혹감, 모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 신고하면 받게 될 불이익 때문에 피해 직원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직장을 옮길 각오를 하고서야 이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모 부처 여성사무관 E씨는 "부서 회식이 단란주점까지 이어지면 자연스레 남녀가 밀착된 상태에서 춤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가장 괴롭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능직 여직원은 "최근 부서의 회식자리에서 남성 동료가 손과 다리 등을 만졌다"며 "그러나 분위기상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 여직원은 "남성 공무원들이 술취한 척하며 허리를 끌어안은 일은 빈번하다"고 털어놨다.

중앙청사의 경우 각자의 업무공간이 칸막이로 분리돼 있는 상태지만 컴퓨터 화면 보호기에 여성의 반나체 사진을 띄워 놓거나,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가 업무시간에 케이블TV로 패션쇼와 영화 등의 프로를 시청하며 음담패설을 주고받아도 여성 직원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승진-임용 차별=여성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업무평가상의 불이익을 받아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업무와 관련된 교육기회가 남자에 비해 부족하다"거나 "여성 기능직이 우선감원 대상"이라는 것도 이들의 불만사항이다. 성희롱과 관련, 솔직히 실상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도 인사상의 불이익과 공무원 사회에서 악명높은 '의식적 따돌림'을 걱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성 편의시설 미비=여성 공무원들은 여성 휴계실과 육아복지시설이 없다는 점을 입을 모아 지적했다. 청사내 여직원연합회 회장 진선미(陳善美)씨는 "일년에 한번 있는 여성 직원회의 행사를 위해 청사 로비를 섭외하는 과정에서조차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하 체력단련실에 여성 탈의실과 샤워실이 없어 일주일에 두시간만 이를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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