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는 공공영역의 과도한 확장이 오히려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를 논의할 때 최소한의 기준은 효율성 제고 여부다.
그런데 효율성을 기준으로 볼 때 민영화의 이득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굳이 공공성의 포기라는 사
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정치적 이유 등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오류일 것이다.

지난 70년대 이후 수송실적이나 수용분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철도산업은, 철도시설의 낙후
성으로 철도수요가 저하되고, 이는 다시 철도투자의 감소와 철도산업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을 거듭해 왔다. 또한 철도산업은 수송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책정과 공공서비스 의무보상(PSO)
미흡, 정부의 계획적 시설투자 부재 등으로 만성적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적자는 대부분 정부의 책임에 속하지 철도 운영주체가 재량으로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 아니다. 요금책정과 PSO보상의 현실화, 계획적 시설투자가 이뤄질 경우 구조적 적
자요인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이럴 경우, 철도산업의 구조개혁은 철도운영주체의 자율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 시설투자를 보장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 인력감축 등
의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는 것이 순리다. 무조건적인 민영화가 유일한 해법이
아닌 것이다.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우선 가칭 '한국철도주식회사'를 세워 운영부문을
빠른 시일내 민영화한다는 의도인 듯하다. 그러나 정부 전액출자 주식회사 형태는 민간 매각에
용이한 기업형태이다. 철도운송시장에 경쟁 개념을 도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한국철도의 현
실과 철도산업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주장이다.

또한 민영화에 따른 지분의 매각 방식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아무런 복안이 없는 듯하다. 일반
공모 방식은 민간 자본시장에 큰 부담이 돼 성공 가능성이 낮고, 국내재벌에 매각할 경우 재벌개
혁 방향과 정면 배치되며 국외매각은 국부유출의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정부의 분할 민영화 방안은 철도의 공공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철도 산업 전체를 시장에
내맡긴 채 매각 수입의 극대화만을 목표로 삼고 있어 졸속의 우려가 있다. 건설공단과 운영회사
를 2001년 말까지 설립해 민영화를 완수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추진일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민영화의 선결 조건인 재정 문제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도 않았다.

이와 함께 정부 방안은 철도노동자들이 직면해야 할 대량실업과 금전적, 신분적 불이익을 보상
하기엔 불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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