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보도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질병이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정작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다”, “약으로 치료하는 게 아니다” 등의 오해로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고 오랜 기간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울증은 6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매우 흔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환자 가운데 25%만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보통 40-50대에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노인층에서 우울증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울증이란?

우울증은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울한 기분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상심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없다. 하루 혹은 일주일에 몇 번씩 기분이 좋다가도 나빠질 수 있다. 물론 배우자의 사망,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 기분이 크게 저하되고 우울해지지만 이는 이해할 만한 것이다. 이때의 우울한 감정은 그 정도가 중하지 않아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기분전환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우울증은 위와 같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과 같은 신체적인 요인과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이 함께 원인이 돼 발생하는 실제 존재하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고 자살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질병으로 개인에게 큰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손실을 초래한다.

언제 우울증을 의심해야 할까?

- 우울한 기분: 평소와 달리 의욕이 없고, 슬픈 감정에 휩싸이는 기간이 늘어나고 그 정도가 심해진다. TV를 보거나 전화로 얘기하다 괜히 눈물이 난다.
- 흥미의 상실: 재미있는 쇼 프로그램을 봐도 사람들이 왜 웃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신문이나 연속극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식욕저하: 맛있는 게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혹은 폭식을 하게 된다.
- 무기력감: 많이 잤는데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하루 종일 쳐지는 느낌이다.
- 수면장해: 잠이 안 오고, 새벽에 일어나 서성인다.
- 자살 : 삶이 가치 있는 지에 대해 의심스럽고 모든 게 허망하다.

연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들

위의 증상들은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사람마다 우울증의 증상과 그로 인한 고통은 다양하다. 연령과 성에 따라 독특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아이가 산만해지거나 성적이 떨어지고 복통·두통 등 신체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 짜증을 내거나 불평불만이 늘고 반항을 한다. 심하면 가출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등 비행을 저지르고 본드나 불법 약물을 남용할 수도 있다.

중년은 성별에 따라 여성은 폐경기 우울증, 남성은 중년 남성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중년 여성 폐경기 우울증의 경우 폐경이 되면서 호르몬 대사가 변하는 시기에 자녀의 독립으로 인한 허탈감과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는 빈둥지증후군, 안면홍조나 야간발한 등 갱년기 증상, 주부건망증으로 알려진 기억력 저하, 배우자에 대한 의심 등을 주로 호소한다.
중년 남성의 경우 명예퇴직·감원 등 사회적 압박과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정신적 고통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은퇴나 실직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변하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노인의 경우 모호하고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암이나 다른 심각한 질환에 걸린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심하면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는 다양한 신체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여러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이들 질환이나 치료 약물로 인해서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정신과 의사를 방문할 때 이를 알려줘야 한다.

치료 늦어지면 만성화될 우려

우울증의 치료는 대개 정신과 의사를 통한 약물치료, 정신치료와 운동, 휴식과 같은 기본 건강관리 등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약이 바로 항우울제다.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 “오래 먹으면 바보가 된다”, “마음의 병은 약으로는 안 된다” 등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치료가 늦어지면 환자의 고통은 더욱 길어지고 심하면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상은 치료받지 않으면 통상 6개월에서 13개월간 지속되지만 치료를 받으면 대개 수 주 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졌다고 치료를 바로 중단하면 안 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 6개월 이상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면 좀 더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우울증 환자 가족도 많은 고통을 겪는다. 일단 환자가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란을 겪는 수가 많고 재발할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와 가족의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환자의 우울증 대처방법>
- 우울증은 자신이 약해서 생긴 병이 아니다.
-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다.
- 치료시작 후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 중대한 의사 결정은 병이 나은 뒤로 연기한다.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록 노력한다.
-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활동에 참가한다.

 
<우울증 환자 가족의 대처방법>
- 시간을 가지고 격려하며 도와주면 분명히 낫는 병임을 명심한다.
- 증상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 환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 공감하되 섣부른 충고는 하지 않는다.
-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를 권하되 조급하게 강요하지 않는다.
- 자살에 대해 말할 경우 반드시 의사에게 알린다.
- 치료를 받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약을 잘 먹도록 돕는다.


<2009년 3월18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