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직권상정 직전까지 갔던 미디어관련법이 2일 오후 여야 간 극적인 합의로 직권상정 처리를 면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최대 쟁점인 신문법·방송법·IPTV법·정보통신망법 등 미디어 관련 4개 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해 논의한 뒤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협상에서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논의시한과 처리방법을 기존 4개월에서 100일로 줄이는 한편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여야는 '쟁점법안 직권상정'이라는 파국을 간신히 모면하고 국회 정상화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날 합의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압박에 밀려 100일 기한으로 논의한 뒤 표결처리하기로 한 '불씨를 머금은' 합의다.
당초 여야는 이날 새벽까지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국회의장-교섭3단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연석회의’를 갖고 사실상 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미디어관련법의 경우 4개 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 추진 기구를 만들어 4개월 논의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경제관련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정 협의를 거쳐 출자총액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은 수정안대로 처리하기로 하는 한편 △정무위의 산업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국토해양위의 주·토공 통합법은 4월 첫째주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는 야당이 미디어관련법을 구해내는 대신 경제관련법을 희생시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2일 새벽 의총을 통해 미디어관련법의 처리시한과 방법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김형오 국회의장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하며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등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김 의장은 여당의 압박에 밀려 이날 오후 미디어·경제 관련법 등 15개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예고했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직권상정 강행의사를 내비치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지금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다. 사실상 남은 쟁점은 미디어관련법 처리시한과 방법을 명기해 달라는 여당의 입장으로 야당이 생각해 달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는 한편 여당에는 “표결에 앞서 대기업 방송지분 0%라는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민주당이 한나라당 요구를 수용키로 함에 따라 본회의 개회 20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한편 민주당이 여당과 국회의장의 압박에 밀려 미디어관련법과 관련해 불안정한 타협을 했고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 등 경제관련법을 대거 양보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직권상정이란 최악의 파국을 피했지만 시간만 유예했을 뿐 언론에 대해 시한부 사형선고를 한 것”이라며 “재벌과 족벌언론에게 합법적 방송소유의 길을 터 줬고 은행을 외국자본과 재벌에게 돌아가게 했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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