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아름산업에 입사한 이천석(가명)씨. 아름산업은 노동자가 3명밖에 없는 소규모 사업장으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였다. 이씨는 화장품 용기에 화려한 색을 내기 위해 매일 4시간씩 재료를 배합하는 업무를 했다. 완성된 용기를 포장하는 업무도 담당했다.
이씨는 매일 소음과 먼지, 코끝을 찌르는 냄새를 참아야 했다. 화장품 용기의 원재료인 폐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지고, 높은 열 속에서 모양이 바뀌는 과정에서 인체에 자극적인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포름알데히드’다. 이씨는 이 물질을 알지 못했고, 방독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만성 호흡기질환으로 사망

이씨가 공장을 다닌 지 7년째 되던 해부터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특별한 질병이 없었던 이씨는 콧물과 재채기가 심해졌고, 급기야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침이 잦았다. 처음엔 알레르기성 비염인 줄 알았다. 약국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 진정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 약이 듣지 않기 시작했고, 호흡곤란은 더욱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입사한 지 10년째 되는 시점이었다.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이 되풀이됐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회사를 옮겨 다른 일을 하기에 이미 늦은 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증상이 점점 악화됐다. 이씨는 2006년 6월 퇴근해 집으로 가던 중 쓰러져 숨졌다. 당시 이씨는 47세였으며, 13년째 같은 일을 해 왔다.

코끝을 찌르는 포름알데히드

이씨의 증세를 악화시킨 원인은 포름알데히드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기체인 포름알데히드의 냄새는 코끝을 찌를 정도로 자극적이다. 직업성 천식·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발암성 물질이다. 집에서 가장 많이 쓰는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이자 반도체 부품 표면도금을 위한 환원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진단검사를 위한 생체조직의 고정용 용액으로 포름알데히드를 쓴다.
무심코 포름알데히드를 코나 입으로 흡입하면 염증을 일으켜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눈물이 나고 기침을 한다. 얼굴 피부를 자극해 눈 주변에 부종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폐활량을 감소시켜 기도 혹은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킨다.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천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농도로 노출되면 폐암이나 비강암을 일으킨다.

환기시설·보호구, 정기검사는 필수

아무리 유해한 물질이라도 취급사항을 알려 주고 예방도구를 갖추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노동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하도록 하자. 6개월에 한 번 이상 작업환경을 측정해 포름알데히드 노출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환기기설은 필수다. 노동자에게 취급시 주의사항을 알려 주고, 보호구를 지급한 뒤 비상시 조치사항을 교육해야 한다.
포름알데히드를 취급하는 노동자는 정기적으로 폐기능 검사·피부 첩포 검사·비강 인두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작업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물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2009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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