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잠깐의 비굴함은 참아야 하나 봅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직장인을 상대로 불황과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비굴하고 민망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는데요. 응답자 5명 중 1명(80.1%)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 사례도 다양했는데요. △내 의견과 달라도 무조건 '예스'라고 맞장구친다 △"OO님 없으면 사무실이 안 돌아가요"라며 상사에게 아부성 코멘트를 날린다 △굳이 보고 안 해도 되는 사항을 일일이 브리핑한다 등의 응답이 많았습니다.

- 임금동결이 확산되면서 직장 내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예전 같으면 청구하지 않던 비용까지 회사에 청구한다 △회사 비품을 집에 들고 온다 △급여가 밀리면 사표 내겠다고 공언해 놓고 막상 급여가 밀리기 시작하면 밀린 급여를 기다린다 등의 답변도 나왔습니다.

- 상사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의 몸부림은 눈물겨울 정도인데요. 심지어 △상사 흉을 보다가도 막상 마주치면 웃으며 90도로 인사한다 △상사의 썰렁한 농담에 해맑게 웃는다 △상사의 자녀와 부모님 선물까지 챙긴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고용불안이 부른 씁쓸한 천태만상입니다.

노사정 관계자들의 '합숙'

-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최근에는 1박2일에 걸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실무위원들이 모처에 자리를 잡고 합숙까지 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실무위원회는 5차례 열렸지만, 비공식적인 만남도 잦네요.

-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첫 만남에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석래 전경련이 임금삭감을 놓고 맞부딪힌 적이 있는데요. 노사정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실무자끼리라도 자주 만나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

- 물론 논의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기한을 정해 놓고 하는 논의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낼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많은데, 기우이길 바랍니다.

허무맹랑한 경기활성화대책

- 서민생활 안정과 주택경기·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인이 내놓는 대책이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습니다. 16일 행정안전부는 서민생활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주택구입시 내야 하는 지방세를 감면해 주겠답니다.

- 지난달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자동차 내수진작을 위해 배기량 2천cc 이상 차를 폐차하고, 2천cc 이상 차를 사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서민들이 과연 지방세 낼 돈이 없어서 내집 마련을 못할까요. 차를 살 돈이 있는 서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 벌써부터 주택을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계층을 위한 대책이라거나, 특정 자동차회사의 재고품을 팔아 주기 위한 대책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색에 녹색을 섞으면 무슨 색일까

- 이명박 정부가 16일 제1차 녹색성장위원회 회의를 열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사무실 조명을 백열구에서 LED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또 전국에 자전거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요.

-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4대강 정비사업을 빙자한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정부가 토목경제를 합리화하는 또다른 개발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 실제로 올해 정부예산을 보면 도로에 쏟아붓는 돈은 여전히 ‘조’ 단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신생에너지 분야는 축소되고 대신 원자력 비중이 확대되는 등 '회색성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 혹시 회색물감에 녹색물감을 섞어 보셨나요. 이 두가지 색을 섞으면 결국 회색이 됩니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녹생성장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위원들이 녹색 머그컵을 들고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진정한 녹색성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월17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