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2.16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데스크 제작노트
'일자리 나누기' 논의에 찬물 끼얹은 정부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군중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실업대란과 생계고로 인해 연일 군중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대규모 청년 시위는 이제 프랑스로 옮아 붙었다. 지방 각지로 확산되는 시위로 인해 프랑스의 사르코지 내각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규모 군중시위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코앞에 닥친 문제일 수 있다. 감산과 휴업으로 버텨온 기업이 한계에 이르고, 졸업한 청년학생들이 쏟아지는 3월에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실업자를 줄이지 못한다면, 실업기간 동안 생계와 재취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사회갈등이 폭발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자리 나누기'가 실업대란 해법으로 등장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노동계가 먼저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되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제안을 수용했지만 방향은 달랐다. 임금삭감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방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신규 대졸입사자의 초임을 깎아 일자리를 나누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받아 공공기관에 지침으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과 금융권이 나서면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 무시 정부의 바람대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지만 되레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노사정 간 대화를 통해 실천해야 할 일자리 나누기마저 '속도전'처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노동계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중앙단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진행해야만 반발도 적고 파급효과도 커진다. 그런데 정부는 중앙단위의 사회적 대화를 적극 주선하기는커녕 무시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압박해 정부 방침을 수용토록 하는 손쉬운 방법에 매달리고 있다. 한편에선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강행하려 한다. 이러다 보니 최근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의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구성 제안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법을 외면하고 있다는 노동계 주장도 묵살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임금삭감을 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지침을 내려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할 임금협상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공공기관 정원은 10% 줄이라면서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방침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임금을 깎아 만들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라 '행정인턴'이라고 정리했다. 실업해법이 '비정규직 늘리기'인가 정원 감축 방침은 고수하되 행정인턴 비용은 공공기관 종사자의 임금을 줄여 마련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실업대란 해법인 일자리 나누기가 고작 '비정규직 늘리기'란 말인가. 그것도 장기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한 행정인턴을 뽑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라니 어이가 없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임금을 삭감한다면 정부는 정원 축소방침을 변경하거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화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자리 나누기는 노사정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노동계가 노동시간단축이나 임금을 줄이면 사용자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새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노사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제감면 지원이나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한다. 정부 스스로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이렇듯 정부의 몫이 가장 크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서비스가 부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가 모처럼 조성된 일자리 나누기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경기침체로 인해 잔뜩 위축돼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휴화산과도 같다. 용산 철거민 강제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참사는 터져 나올 사회갈등의 전조라 할 수 있다. 자칫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지침이 이러한 사회갈등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편집부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