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카드업 어느 한 곳도 금융·실물위기를 피해가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보험·카드업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돈 움켜쥐기'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은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보험업도 최악의 경우 약관대출과 보험해지율 증가로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카드업도 가계부채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빌려주기 위한 돈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정국면 들어선 증권업

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렸던 증권업은 올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유동성 위축과 투자환경 악화로 인해 고위험·고수익 업무보다 당분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유관기관 수수료 한시적 인하, 공매도 제한 등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투자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제로 증권업은 지난해 초와 비교해 주가가 57.3%나 하락해 코스피(KOSPI)업종 중 건설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삼성·대우·우리·현대·대신증권 등 주요 10대 증권사들이 2008년 11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의 올 상반기(4~9월) 전체 영업이익은 5천7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천890억원)에 비해 66.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는 당분간 수익구조 개선 없이 과거의 저위험·저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창출 기회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업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올해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점포와 직원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실물경기 침체로 거품이 빠지고 있어 증권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준비위원은 "증권사들은 지난 수년간 누린 호황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한 기대로 공격적인 경영을 해 왔다"며 "거품이 가라앉는 순간 증권노동자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운용 보험업, 피해 적을 듯

보험업 역시 투자환경 악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형태를 보였던 보험업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와 실물경기 침체 우려로 더욱 보수적인 운용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안정적인 이익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손해보험업은 금융권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국내 손보업계 수익구조는 65% 이상이 장기보험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가 모호하다. 또한 생보사 대비 실손 보상상품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보업 장기보험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 △의료비 지출 증가 △낮은 공적의료보험 보장률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장기보험의 성장 가능성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연체율 급등 '지뢰밭'

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10.9% 상승한 458조6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협회는 "올해 경기둔화로 인한 일시불 판매부문이 감소하겠지만 카드결제범위 확대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6.7% 증가한 4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카드사들은 올해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열경쟁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와 수수료 수익 증가세 둔화로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늘어 연체율 급등이 우려된다. 자금조달비용이 늘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이익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5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 24%가 쏠려 있는 저축은행과 함께 카드업도 실물경기 침체로 가계부채가 늘면서 지난 2003년 카드사태를 뛰어넘는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협회는 "카드론과 카드리볼빙 등 이용금액이 급증하고 있어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신용카드사 건정성의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일노동뉴스 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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