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가 자동차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된 판매부진과 생산감축이 올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시장 위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 2005년 6천621만대 규모였던 전 세계 자동차시장 규모는 2007년 7천192만대까지 커졌다가 지난해 6천997만대로 2.7% 감소했다. 올해는 6천698만대로 4.2%가량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 자동차 판매실적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수출·생산 동반 추락

국내 완성차업계가 국산차의 품질·성능을 제고하고 수출 전략차종 투입을 늘렸지만 수출 판매감소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침체가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수출물량이 지난해보다 5.6% 감소한 255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내수판매 예상치는 105만대다. 98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80만대로 떨어진 이래 최저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2009년 자동차산업 전망'에서 올해 내수가 경기침체와 자산가치 하락,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자동차할부금융 경색 등으로 지난해보다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시장에서 차급별 희비는 엇갈린다. 경차는 지난해 판매대수 95만5천대 가운데 13만6천대로 15.5%를 차지했다. 2007년의 5만4천대에 비해 2.5배가량 급성장했다. 올해는 경차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예고된 구조조정 갈등

내수와 수출의 동반판매부진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감산 폭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12월부터 각 공장별 조업단축으로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동남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 확산됨에 따라 추가 감산이 예상된다.

GM대우·르노삼성·쌍용 등 해외로 매각된 3사는 현대·기아차보다 더 큰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체 경영능력이 없어 모회사의 위기가 그대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매각 3사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오는 5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제너럴 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회생 여부가 관건이다. GM대우차는 미국 GM의 상황에 따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GM이 살아난다 해도 GM대우차가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GM이 법정관리를 받거나 살아나더라도 미국 중심의 생산체제를 유지할 경우 GM대우차는 재매각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05년 초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쌍용차의 상황은 암울하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자본철수 압박이 연초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차는 전체 직원 50%인 3천여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쌍용차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많다. GM대우차와 쌍용차의 운명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 재편도 예상된다.

완성사 감산에 부품사 휴·폐업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불황은 재료를 공급하는 철강산업과 부품산업의 경기악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감산·휴업으로 인해 부품사 대부분이 생산물량을 줄이고 있다. 2·3차 부품사의 경우 휴·폐업을 신청한 곳이 적지 않다. 타이어업계와 주물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산업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내년 시행을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가 관심사다. 업계 1위 현대차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올해 1월 중 전주공장에 시범실시하고 9월 중으로 전 공장에 확대·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밤샘노동 폐지를 뼈대로 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변모시키게 된다. 그러나 제도시행 합의 당시에 약속했던 생산량 유지는 경제위기로 지켜지기 힘들게 됐다. 완성차업계의 생산감소가 근무체계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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