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는 노사·노정 간 한판 '전쟁'이 예상된다. 노·사·정은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전쟁을 앞두고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이미 비정규직관련법을 연초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최저임금법 개정 의지도 확고하다. 정리해고 절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2009년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해 노동위원회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도 개정해야 한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을 둘러싼 일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워보지만 지금으로선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정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계에게 힘을 실어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바라는 것은 더 무리일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노동계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선정한 중점법안에서 노동관계법을 제외한 이유는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 법안 처리가 마무리 되면 다음 순번은 노동관계법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금 기세로 볼 때 노사 간 합의가 불발로 끝날 경우 직권상정을 통한 정부방침 관철은 확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명박 정부·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한 한국노총의 행보가 변수로 떠오른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를 활용해 쟁점법안을 막아내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조직력을 복원해 총력투쟁에 나설 경우 상황은 유동적이다.

그렇다면 노사정 전문가는 2009년 한 해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노사정 전문가들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년은 혼란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주목할 인물을 통해서도 격동의 한 해를 예견해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이명박 대통령을 일순위로 꼽았는데, “노사관계에 있어 독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을 주목했다. “노동관계법 개정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다. 노사갈등 조정자로서 장 위원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석행 위원장은 노동법 개정국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로 지명도가 높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전문가에게 내년 주목해야 할 사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설문조사는 노사정 관계자 100명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15일~19일 진행됐다.

꺼지지 않는 논란 ‘비정규직법 개정’

노사정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비정규직법 개정을 올해 최대 이슈로 꼽았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관계자 뿐 아니라 정부관계자·경영계·학계·노동관련 기자들까지 응답자 대부분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내년 7월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법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1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입법을 위해 노사정위 논의의 조속한 마무리와 공익위원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정규직법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연말 분류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점법안에는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통과의지는 강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늦어도 2월까지는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도 정부와 상반된 내용이지만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반드시 처리해야 할 22개 법안에 비정규직법을 포함시켰다. 어찌됐든 정치권에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법 개정도 주목해야 할 쟁점 4위에 올랐다. 정부는 고령자 감액적용과 수습근로자 감액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미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랐다”며 최저임금법 개정방침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이하로 살아보라”며 법안 손질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실력(?) 가늠할 전임자임금 문제

해묵은 과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는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지지로 2위에 선정됐다.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정부관계자·학계에서도 주요 이슈로 꼽았다.

현재 노사정위 논의는 초기단계다. 한국노총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 목표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유예’하는 것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프랑스·독일·미국과 같이 전임자 수 조정과 근로면제권 등을 활용해 노조 유급전임 활동가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도 “노사자율”에는 한국노총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진 않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 입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완강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유예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경제위기 속 고용문제 촉각

경제위기 속 고용문제도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고용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 전 산업에서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실업률은 3.1%다. 신규 취업자는 7만8천명으로 두 달 연속 10만명을 밑돌았다. 대학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 내년 3월이면 실업문제는 심각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231곳 1만8천845명에 불과하다. 올해 채용한 규모(2만2천566명)보다 16.5% 줄어든 것이다. 자동차(-50.3%)·금융(-41.9%)·철강(-35.0%) 업종에서 대폭 감소했다.

정부는 심각성을 감지하고 실업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정규직을 10% 이상 감원해 그 자리에 행정인턴을 뽑겠다는 게 고작이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사정 관계자들은 인력구조조정이나 노동탄압으로 인한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공공부문 인력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어려움을 계기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이후 연대의 끈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합리적 노사문화가 자리 잡고 노사대타협이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민주노총 선거·산별교섭 성사 여부도 관심

이밖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의 활약을 기대하는 응답자들도 많았다. 최근 국회 상황을 보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 오는 12월 치러지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금속·병원노사의 산별교섭 성사 여부도 관심이 모이진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합의는 했지만 조인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금속노조의 경우 일부 완성차의 불참으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최근 제안한 ‘산별차원의 정규직-비정규직 일자리 나누기’가 실현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주목했다.
이밖에 소수의견이지만 전교조 단체협약 해지·한미FTA 국회통과·필수유지업무제도·외국인노동자고용·공무원노사관계 등이 올해 이슈로 선정됐다.
 
 
<매일노동뉴스 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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