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경제위기가 국내 인수합병(M&A)시장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주식·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인수에 뛰어든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매물시장에 나왔던 대우조선해양·대우일렉트로닉스·쌍용건설 등의 매각이 내년으로 연기되는가 하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연내 매각을 추진했던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는 매물시장에 나오지도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특히 주요 그룹이 초미의 관심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그룹이 양해각서 체결 뒤 1개월이 넘도록 정밀실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연내 본계약 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매각은 지난 10월24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양해각서(MOU) 체결 등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화는 양해각서에서 연내에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계약 체결 뒤 3개월 내에 매각대금 납부를 완료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화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속도로 냉각된 시장분위기 탓이다. 한화는 당초 인수금액으로 6조원대 후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몸사리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전략적 재무투자자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며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팔려던 주식과 부동산도 가치가 절반가량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정밀실사를 거부하고 있는 노조도 대우조선 매각의 또 다른 장벽이 됐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두 차례나 매각이 무산됐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세 번째 매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국계 사모펀드 리플우드홀딩스는 정밀실사 이후 본계약 체결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리플우드가 5천억원대의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5년부터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쌍용건설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본계약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 간 인수합병이 무산된 첫 사례다. 쌍용건설 주가폭락과 건설업 경기전망의 불투명성 등이 매각무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해 쌍용건설 매각이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12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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