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과음으로 인한 사고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기존 판례를 깨고, 회식과 관련한 업무상재해를 폭넓게 인정해 주목된다. 10일 대법원 제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거래처 직원들과 회식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다 사고를 당한 홍아무개(4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산시스템 관리회사에 근무하는 홍씨는 지난 2006년 5월 오후 10시께 거래처 직원들과 회식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 중 역사 선로 위에 떨어졌다. 홍씨는 역사로 진입하던 전동차와 충돌, 오늘쪽 팔이 절단됐다.

산재 보상을 요구한 홍씨에 근로복지공단은 거래처와의 회식자리에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이유로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산재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홍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홍씨가 회식에 참석한 것은 거래처 직원들을 접대하기 위한 것으로 업무수행의 일환 또는 연장"이라며 "회식자리에서의 음주가 직접 원인이 돼 사고를 당한 만큼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2차 회식자리인 노래방에서 바람을 쐬려 잠시 바깥에 나갔다 비상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진 공무원의 재해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은 "다른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이 밖으로 나갔다 추락해 숨진 것은 공무를 수행하기 위한 회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며 "임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식은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임씨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가 직접 원인이 돼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며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12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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