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규모의 석면 방직공장이던 부산 제일화학 노동자들이 석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석면피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첫 집단소송이어서 주목된다.

10일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와 전국석면피해자가족협회는 부산 제일화학 노동자 15명의 석면피해 구제를 위해 모두 17억3천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의 원고는 석면피해 노동자와 유족 22명이며, 피고는 제일화학과 합작회사인 일본 니치아스사·국가 등이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피해 노동자들은 석면을 재료로 사용하고 석면사를 제조하는 부서에 근무했으나 회사가 이들에게 방진마스크의 방진기능을 담당하는 필터를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방진설비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석면분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장시간 근무해 왔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석면폐증·석면폐암·악성중피종 등 석면 관련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소홀히 했으므로 질병을 발생하게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국가는 유해물질인 석면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거나 불가피할 경우라도 노동자들이 석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시·감독해야 할 법적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고, 일본 니치아스사는 석면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일화학에 석면공장을 수출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면공대위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일화학에서 당시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수백명에 이르고, 인근지역 주민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전국적으로 석면 피해자들의 소송이 봇물을 이루기 전에 석면피해 구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 15명은 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제일화학에서 일하다 석면폐증 등에 걸려 고통받고 있으며, 이미 3명은 석면폐암 등으로 숨졌다.
 
 

<매일노동뉴스 12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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