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GS리테일 물류창고 화재로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소방대책의 미흡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11개월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하다.

지난 1월 40명의 노동자가 화마에 희생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 당시에도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부재와 관련법의 부족함을 탓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왜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언론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라고 핏대를 올리고 있지만 정작 안전불감증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찰이 없다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산재사망사고는 죽은 사람은 있지만 죽인 사람은 없다. 대표적으로 코리아냉동 화재사고에서도 사업주가 구속됐지만 혐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아니라 소방방재법 위반이었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구형은 없었다. 가관인 것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사업주 공아무개씨마저 법원에 벌금 2천만원을 내고 풀려났다는 점이다.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죄가 고작 2천만원으로 해결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3만3천536개 사업장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중 90%인 2만9천979개 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사업장은 143개로 고작 0.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벌금 몇 푼에 그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6월에도 검찰과 공동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단속을 벌였다. 한 달 동안 전국 사업장 1천94곳을 돌아봤는데, 96.7%인 1천68개 사업장에서 법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이런 모양새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이 달린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90%가 넘지만 처벌받는 사업장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기자가 만난 노동부의 한 산업안전감독관은 “빠듯한 인력으로 사업장 안전감독을 실시해도 정작 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경범죄 수준으로밖에 다루지 않는다”며 “법관행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용접공의 안전불감증을 탓하기 전에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의 책임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매일노동뉴스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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