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벌규정 정비, 약인가 독인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가 2일 전체회의를 열어 모두 8건의 노동부 소관 법률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진폐법 개정안 35조 ‘양벌규정’ 정비와 관련해 논란이 벌어졌다.

현행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종업원등)이 범죄행위를 한 경우 종업원등을 처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법인등)에 대해서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양벌규정에 대해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는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정부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법인등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양벌규정을 정비하고 있는 것. 그런데 노동법의 특성상 ‘법인등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 면책’을 한다고 양벌규정이 완화될 경우 산업현장에서 사업주의 법위반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환노위에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진폐법 양벌규정 정비에 대해 “건강진단을 하지 않거나 퇴직금 미지급, 근로자 해고나 불이익 처우, 작업환경 측정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업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양벌규정을 완화할 경우 사업주에게 처벌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며 “헌재의 판결이 났다고 모든 법률안에서 양벌규정을 기계적으로 정비할 게 아니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정진섭·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양벌규정 자체가 폐지되는 게 아니라 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환노위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일괄심사하는 만큼 “노동법 특성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환노위 부대의견을 달라 진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노동부 소관 법률에서도 ‘양벌규정’이 포함된 법률은 이밖에도 파견법·최저임금법·장애인고용법·고용허가제법·산업안전보건법·노조법·남녀고용평등법·기간제법·근로기준법·국가기술자격법·고용보험법·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직업안정법 등 다수라서 노동법 특성상 양벌규정 정비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규제개혁특위에서도 이날 양벌규정 정비 대상 법률안 73건을 일괄 개정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노동부 소관 법률 중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공인노무사법·사내근로복지기금법·산재보험법·임금채권보장법 등 모두 4개의 법률안이 포함됐다.
 
<매일노동뉴스 12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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