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이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온 사실이 법원을 통해 확인됐지만, 해당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본지 11일자 '강남성모병원 '불법파견' 인정' 기사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이동명)는 지난 10일 근로자파견이 금지돼 있는 '간호조무사' 업무에 파견직을 쓴 강남성모병원이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2호를 적용하면 파견절대금지업무에 파견직을 사용한 강남성모병원은 불법파견 사실이 확인된 즉시 해당노동자들을 고용해야할 의무를 갖게 된다. 강남성모병원이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만 내면 강남성모병원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고, 파견노동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파견노동자들이 강남성모병원에 직접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병원측이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병원에 대해 과태료 제재만을 가할 수 있을 뿐 파견직들이 병원의 근로자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대법원이 불법파견에 대해 사용사업주의 고용책임을 인정한 것과는 맥을 달리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9월 옛 파견법을 적용해 불법파견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고용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파견법의 모순은 여기에 있다. 법리적 판단에 있어 최고 권위를 갖는 대법원조차 불법파견을 사용한 사용사업주가 고용책임을 갖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개정된 법을 적용하면 불법파견 사용사업주는 3천만원 과태료만 부담하면 그만인 상황이 돼 버렸다. 법·제도 개선의 속도가 더디거나 내용 자체가 후퇴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현행 법·제도마저 한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파견허용업종을 대폭 늘리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노동자들의 몫이다. 불법파견으로 2년간 근무한 뒤 해고된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악'소리 한번 제대로 낼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이 "파견노동자들이 병원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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