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파업 유보를 계기로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관련한 법령·규정 미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도미비가 필수업무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노조의 합법파업마저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파업에 돌입하려 했던 서울지하철노조가 협상 진척이 없는데도 파업을 유보한 것은 필수업무에 투입될 인원산정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노조가 사측에게 통보하게 돼 있는 인원 명단에 비조합원을 포함할지 여부다.

필수유지업무 운영수준에 대해 노사가 협정을 체결하거나 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올 경우 필수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수는 조합원 기준이 아닌 전체 직원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파업 돌입 전에 노조가 공사측에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될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가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23일 비조합원수를 뺀 만큼의 조합원 명단만 필수업무 유지인원으로 공사측에 통보했다. 반면 공사측은 비조합원이 대체인력에 해당한다면서 필수업무에 투입될 인원 전부 조합원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맞섰다. 공사는 또 종합관제센터 직원들의 경우 단체협약상 187명 전원이 비조합원인데도 조합원 187명의 명단을 추가로 선정할 것을 노조에 요구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파업 예정일 전날인 지난 25일 특별조정회의를 열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사측은 별도로 명단을 만들어 노조와 개별 조합원에게 통보했다.

결국 노조가 작성한 명단과 공사측이 작성한 명단이 동시에 나오면서 파업 하루를 앞두고 혼란이 가중됐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위원회가 판단을 못한 상황에서 민·형사 소송 등 불이익을 무릅쓰고 노조가 제출한 명단만으로 파업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위 필수유지업무 결정은 전체 직원을 기준으로 하고, 노조법에는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명시되면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말 펴낸 필수유지업무제도 운영매뉴얼에 따르면 파업시 대체인력은 외부에서 데려오게 돼 있다. 따라서 내부 구성원인 비조합원들이 대체인력에 포함된다는 공사측 주장은 노동부 지침과 다르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노조는 "파업권을 봉쇄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준법투쟁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는데, 관련 법규와 제도미비가 이마저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29일 특별조정위원들이 회의를 열어 관련 논쟁에 대해 최종 해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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