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노사 간 논리대결이 치열하다. 주요 언론으로부터 '시민의 발을 묶는다'는 비난에 휩싸였던 서울지하철노조는 구조조정 부당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서울메트로측은 '인력 과다론'을 설파하고 있다. 서울시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서울시나 서울메트로의 발표는 과거나 현재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메트로의 방만한 인력운영을 지적하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메트로의 인력구조조정 추진을 뒷받침하는 자리이자 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자리인 셈이다.

서울시와 공사측은 "우리나라 도시철도 운영기관 중 서울메트로의 1㎞당 운영인력은 1.4~2배,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에 비해서는 4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의 정원은 1만284명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 6천920명, 부산지하철 3천480명보다 많다. 1㎞당 운영인력을 보더라도 서울메트로는 76.2명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45.5)나 부산지하철(37.6명)보다 두 배에 달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 20.3명과 비교하면 4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단순비교에 불과하며, 구간별 수송현황과 특징을 무시한 것이다. 노동강도를 좌우하는 수송승객·혼잡도·시설 노후화 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대도시 도시철도기관 중 1인당 수송 승객이 283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직원 1인당 수송승객 234명과 부산지하철의 188명에 비해 훨씬 많은 수치다. 총 영업거리가 서울도시철도공사(152km)보다 짧은 134.9km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송승객은 서울도시철도공사(162만2천33명)를 훨씬 웃도는 290만9천454명이다.

이영수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영업연장거리 대비 인력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인력이 과다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서울과 같은 과밀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아주 편협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건설부채와 운영부채 등 3조5천886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공사의 경우 장애인과 노인의 할인·무임승차 등 공익서비스(PSO)에 대해 매년 정부가 3천억원 가까이 보상을 하고 있다. 반면 도시철도기관의 경우 무임승차에 대한 적자가 매년 늘어나는 데도 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 도시철도기관장들 스스로도 틈만나면 정부나 지자체에 공익서비스보상을 요구하면서도 노조 파업 시기만 되면 없던 일로 해버리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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