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10일 ‘산업안전보건문화 선진화 원년 선포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16조원을 넘어선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문화를 선진화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이날 행사는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서 열렸다. 얼마 전 산업안전 홍보대사로 임명된 코미디언 서경석씨가 사회를 보고, 서울신문·YTN·매일경제신문 등 언론사 경영진도 참석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산업안전공단·경총·한국노총·대한건설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노사정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포도주를 들고 건배를 했다. 거창한 선포식은 산업안전보건문화 선진화 원년 선언문에 각 대표들이 사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산업안전보건문화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찾기 어려웠다. 이날 ‘획기적으로 산업재해를 줄이자’며 발표한 선언문에는 5대 실천방안이 제시됐다. 산업안전보건문화 조성을 위해 △정부와 재해예방기관은 정책적 노력과 기술적 지원을 △사업주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자는 안전보건수칙 준수 생활화를 △언론은 홍보활동 지원을 △각 기관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자체적인 유해·위험관리 활동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배려를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임을 확인하고 산업재해 예방 원칙을 최우선시하는 문화 조성을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것이다.

각종 수사를 빼면 사실상 '획기적이라 할 만한'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9만147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입고 2천406명이 숨졌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올 상반기 산업재해자수는 4만6천3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5.8%(2천531명)이나 늘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만 무려 9천48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입었다.

산업안전보건문화 선진화 원년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전체 노동자 대비 산업재해자수를 의미하는 산업재해율이 올 들어 0.01%포인트 감소했다고 둘러대기 바쁘다. 거창한 행사를 준비할 시간에 잇따르고 있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의 부족함이 없었는가부터 반성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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