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보건의료노조의 교섭이 진행 중이던 지난 22일 오후 6시. 한양대의료원 본관 로비에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 띠를 두른 1천140명의 병원노동자들이 모였다. 같은 시각 경희대의료원에는 약 700여명이 모였다.

병원 곳곳에 광우병 쇠고기 병원급식 반대·인력충원·의료기관평가제 개선·고용안정·의료영리화 정책 폐기 등의 요구안이 내걸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병원 로비 무대에서는 문화공연과 연대공연이 펼쳐졌다. 조합원들은 탬버린을 치며 공연을 즐겼다.

일상적인 인력부족과 3교대 근무

현장에서 만난 병원노동자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부족을 꼽았다. 경희의료원에서 만난 김아무개(27)씨는 서울 중소규모 병원 일반병동에서 5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 병동에서는 간호사 13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그는 "인력이 부족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간호사들은 환자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은 많고 사람은 부족하니까 신경쓰지 못할 때가 많아요. 일은 일대로 밀리고 몸은 몸대로 힘들죠. 힘들다보니 환자들에게 퉁명스럽게 대할 때도 있어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13년째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아무개(34)씨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긴장되고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박씨가 일하는 산부인과에는 10명의 간호사가 3교대를 하고 있다.

"밤 근무 때 간호사 1명만 근무해요. 야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해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간호사 혼자 처리합니다.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죠. 인원을 두 명 정도만 늘려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인력부족 현상은 비단 간호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내 대학병원 치과병동에서 일하는 안아무개(45) 조무사. 치과병동에는 조무사 18명과 간호사 1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늘 인력부족에 시달린다고 했다. 안씨는 "환자들의 요구를 처리해주지 못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항의할 때 상황을 설명하고 진정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근무 26년차인데 늘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인건비가 많다고 그러잖아요. 그럼 경영진이 비용절감을 한다면 인력감축을 먼저 할 것 아닙니까. 인력충원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인력감축을 하면 병원서비스가 어떻게 되겠어요."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로 인한 육체적 고통도 호소했다. 한양대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이아무개(34) 간호사는 "밤 근무가 끝나면 온몸이 붓고 아파서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며 "몇 년 간 꾸준히 밤을 새는 생활을 해서 이제는 생체리듬이 엉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3교대를 하면 아이를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항상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간호사는 "3교대를 하다보니 수면주기가 바뀌어 우울증을 겪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 해 4천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대학병원 13년차 간호사 구아무개(35)씨는 "10.2%의 임금상승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3교대로 인한 간호사들의 육체적 위험수당을 감안한다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려되는 의료민영화

병원노동자들은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안 중 의료민영화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았다. 한양대의료원 간호조무사 박아무개(35)씨는 "병원수익을 환자를 위해 환원은 못할 망정 병원이 사기업화돼 돈벌이에 나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이미경(33) 간호조무사도 "돈 있는 사람 입장에선 최고의 서비스를 받겠지만 대다수의 돈 없는 사람들은 질이 떨어지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병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문제도 큰 관심거리였다. 서울시내 대학병원 급식팀에서 일하고 있는 한아무개(33)씨는 "병원에서는 단백질 공급을 위해 환자들에게 돼지고기보다 쇠고기를 많이 제공한다"며 "최근에는 환자들이 왜 이런 시국에 쇠고기 반찬이 많이 나오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은 호주산 쇠고기를 쓰고 있지만 거래하는 유통업체업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속여 유통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인희 기자
조현미 기자
오재현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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