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정기훈 기자
 
 
17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한 퀵 서비스기사 임도균(39)씨. 퀵 서비스로 생계를 잇는 임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7·8월은 퀵 서비스 업계의 비수기로 주문이 줄어드는 데다 업체들이 수수료를 늘려 기사들의 실질 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가 일하고 있는 업체에서는 지난 5월부터 기사들로부터 출근비 명목으로 하루 1천원씩 받고 있다. 임 씨가 주문을 받기위해 PDA를 켜는 순간 출근비로 1천원이 차감됐다. 최근 신설된 이 출근비는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퀵 서비스 기사들은 알지 못한다. 총 3개의 업체에 소속된 임씨는 무전기도 3개를 갖고 다닌다. 소속된 업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업체에 출근을 보고 한 후 오토바이에 몸을 실으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내내 임씨는 무전기와 PDA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무전기를 통해서는 일이 통보되고 PDA에서는 접수된 주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전기와 PDA를 부지런히 확인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번다.

퀵 서비스 기사인 임씨가 업체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는 출근비 뿐만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문 1건당 25%의 수수료가 차감된다. 또한 현금으로 거래하지 않고 퀵 서비스를 외상으로 계약하는 업체에겐 가격의 10%를 인하 해준다. 하지만 10%인하된 가격은 고스란히 기사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임씨는 "지난달만 해도 외상이 200만원이 깔려서 또 10% 깎였다"며 "결제금액도 회사가 입금을 미뤄 45일 뒤에나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외상업체가 늘어날수록 회사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지만 기사들의 실수익은 그만큼 감소된다.

또한 퀵 서비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쿠폰제도 온전히 기사들의 부담이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주문 1건당 스티커를 한 장씩 제공해 10장이 모이면 1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티커는 기사들이 업체로부터 한 장당 1천원에 구입하고 있다. 기사들은 남는 것이 없지만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스티커를 구입하고 있다.

오후 8시. 임씨의 하루가 마쳤다. 오늘은 운이 좋게 15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여기에 3만5천원을 업체에 납부하고 하루 기름값 2만원, 식대 5천원, 오토바이 정비비용 5천원을 삭감해야 한다. 이밖에도 일년 보험료를 60만원, 각 업체의 영수증 용지까지 기사들이 직접 구입해야 한다. 임씨는 "한달 평균 240만원을 벌어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130~140만원 정도"라며 "요즘은 휴가다 뭐다 비수기에다 아르바이트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일거리 따기가 더욱 힘들어 퀵으로 생계를 잇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1·2년만 하다 관두려고 했는데 사고로 생긴 빚으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수수료를 늘리는 업체들에게 더 이상 기사들에게 벗겨먹을 것이 있는 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경석 퀵 서비스노조 사무국장은 "퀵 서비스 가격이 10년 전과 비교해 오르지 않는 것은 업체가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세한 업체의 난립을 막고 표준요금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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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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