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은 개인의 삶은 물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개인에게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을 맞아 개인투자자가 늘었고, 펀드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피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H자동차에 다니는 지용우(가명, 37)씨. 지씨는 3년간 해왔던 주식투자에서 손을 뗐다. 300만원 남짓 투자했는데 모두 날려버렸다고 했다. 그는 “작은 돈이지만 샀다 팔았다 하면서 용돈에 보태고 술도 한잔씩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보다 걱정되는 것은 펀드수익률 하락에 따른 손실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M증권사에서 권하는 펀드에 가입했는데 원금마저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D증권사에서 브로콜리지 영업을 하고 있는 정균(가명, 42)씨. 요즈음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나 고유가 등 악재가 명확해 개인적인 비난은 덜 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하락이다. 거래가 뚝 끊겨 성과를 낼 수 없다. 성과급이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한푼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30% 가량 임금이 하락한 셈이다. 그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O약품에 다니는 김수정(가명, 35)씨는 지난해 10월 배정받은 우리사주 때문에 골치다. 김씨는 우리사주를 1천440원에 배정받았다. 그런데 18일 현재 1천200원까지 하락했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물거품이 돼 실망스럽다고 했다. 원금손실도 문제지만 우리사주 매입을 위해 받은 대출금 1천만원의 이자를 갚는 게 더 버겹다. 김씨는 “팔아야 할지 계속 갖고 있어야 할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

지난해 10월 말 2천36포인트를 정점으로 주가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7월 중순 현재 1천500선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영향으로 시작된 주가하락은 고유가와 경기불황과 맞물려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언제까지, 몇포인트까지 떨어질지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3년 내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장이 좋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모기지 업체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지급불능사태가 벌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모기지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기관”이라며 “이들 기관의 지급불능 사태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하는 만큼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사태보다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연일 치솟는 고유가도 주식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주가하락은 개인의 삶은 물론 시장자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개인에게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을 맞아 개인투자자가 늘었고, 펀드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피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해 주가급등으로 대거 배정했던 우리사주도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쌍용건설의 매각도 직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직접 관계돼 있는 증권사 노동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펀드로 인한 손실액 사실상 복구 어려워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고, 주식 투자 붐이 일었다. 손해를 더 키운 것이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경우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공단에 다니고 있는 주성영(가명, 43)씨는 1천500만원을 투자해 현재 300만원 정도 남았다고 했다. 주씨는 “원금이 생각나 선뜻 팔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펀드수익률 하락은 고통을 가중시킨다. 목돈 마련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7월 현재 58개 자산운용사의 1만250여개 펀드의 가입금액과 현재 가치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액은 22조3640억원에 달했다. 평균 20~30% 원금손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래에셋증권 인사이트펀드의 경우 7조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서울 모 호텔에 근무하는 정인숙(가명, 40)씨는 “예전에는 직원들이 주로 펀드 종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면 이제는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 환매를 언제 해야할지가 주요 얘깃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매각으로 뒤숭숭한데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그나마 매달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큰 금액을 한번에 집어 넣는 거치식펀드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수익률에 따라 불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치식 펀드의 경우 원금이 반토막 난 경우가 많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손해율이 10%를 넘으면 환매하는 게 맞다”며 “현재와 같이 30% 정도 손해가 났다면 복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면 모를까 하루빨리 환매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우리사주

주가하락으로 우리사주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직원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정 반대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주식호황을 틈타 많은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섰다. 그러면서 우리사주를 대거 배정한 것이다. 당시 배정받았던 우리사주는 현재 20% 이상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사주의 위기는 본래 목적인 노동자들의 경영참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사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현대증권노조의 경우 보유 지분율이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하락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매각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사주에 대한 손해가 늘면서 직원들이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1만6천400원에 우리사주를 배정했다. 그런데 현재 주가가 1만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30%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금융노조가 운영했던 노동자펀드도 위기를 맞았다. 민주금융노조는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기부금 등을 모아 노동자펀드를 만들었고, 자사주 매입이나 친노동자적 기업에 투자해 왔다. 노조는 현 상황에서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상당량을 매각했다.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쌍용건설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우리사주조합이 인수에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직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사주 갖기 운동을 진행해 온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각종 약정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자체가 위험부담을 지게 되고 그 피해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리사주제도 본래의 취지 살려야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위험하거나 과감한 행보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마디로 몸을 사리라는 충고다. 이미 기관들도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거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개인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사주와 관련해서는 수익보다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익만을 좇다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자기자본을 조달해 우리사주를 보유할 경우 개인의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기업에서 지원해주는 기업출연제도나 노사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공동출연제도, 조합원과 회사가 1:1로 출연하는 대응출연제도 등을 도입해야 주가손실에 따른 직원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고, 경영참여를 위한 제도의 취지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업원 소유지분을 바탕으로 경영방침에 대한 직원들의 공유와 헌신이 함께 가야 딜레마가 풀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금하락·고용불안, 증권사 노동자 ‘이중고’
거래량 끊겨 성과급 날릴 판, “굶어죽기 딱 좋은 상황” 호소
증권노동자들도 ‘죽을 맛’이라고 호소한다. 브로컬리지업무 직원의 경우 거래에 따른 성과가 임금을 좌우한다. 그런데 거래가 중단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자산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수익을 내는 투자처 자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임금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보통 성과급이 30~40% 정도 된다. 이 금액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굶어 죽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말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배정받은 우리사주 손해까지 더해 증권노동자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객과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물질적인 고통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두세배 이상 크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직원들의 자리이동이 비일비재하다. 한 증권사 직원은 “장이 않 좋을 때 주로 직원들이 회사를 옮긴다”며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 떼어먹고 튄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도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때때로 증권사의 과당경쟁 결과로 나타난다. 직원들은 증권사만 바꿀 뿐 지역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동에 따라 증권사들의 고객도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고용불안도 호소하고 있다. 주가하락 영향으로 증권사 수익이 보통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상위 7개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은 7800억원. 목표치에 미달한다. 펀드 판매수수료도 예상보다 부진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의 경우 고임금이 많은데 수익구조가 악화될 경우 구조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윤 현대증권노조 위원장은 당장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에 따라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우라는 전망도 있다. 증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거의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 10년 이상 경력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이유들 들고 있다. 증권사들이 어려워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영업점 확장에 하고 있고, 대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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