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이르면 시행할 예정이었던 1단계 비상대책을 앞당겨 140달러가 넘어선 6일 발표했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으니 기름 좀 아껴쓰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런데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 시행 등 절약대책만 내놓았고, 유가상한제 실시 등 수급조절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발표한 ‘초고유가 대책 에너지 절약대책’에서 “올해 석유수입을 하는 데 쓰일 돈은 1천112억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3분에 1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며 “지난 5월까지 총 에너지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4.3% 증가했다”고 말했다. “초고유가 시대에 산유국들까지 에너지 절약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을 발표한 이유다.

초고유가 행진으로 국내 물가와 서민경제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원인진단은 석유소비량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실제로 한 총리는 “지난 1·2차 오일쇼크나 걸프전 당시와 달리 현재 고유가 상황이 수급차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가 170달러까지 오르면 민간부문에서도 일부 강제적 에너지 절약조치를 시행하고 휘발유·경유·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와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 추가적인 민생안정대책을 강구할 계획이지만 석유제품의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최고액 고시 등 법적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2분기 영업실적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3천991억원)보다 급증한 6천5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도 1천여억원의 순이익을 내다보고 있다. 담합행위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고, 정유업계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생활필수품의 국내·외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는 선진 7개국(G7)보다 95.3% 비쌌고, 경유도 63.2%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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