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과도하게 형사처벌에 의존하고 있어 노동기본권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인 노동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 제정 60주년과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개최한 ‘헌정 60주년과 인권보장’ 학술대회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헌정 60년 간 노동관계법의 전개와 노동인권 상황의 변화’라는 발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승욱 교수는 “권위주의 시기에 노동인권 옹호를 위해 귀중한 판결을 내렸던 사법부가 민주화 시기로 이행하면서 오히려 노동인권보다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노동인권에 관한 한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기능 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전반이 노동인권 측면에서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어 “사법부·헌법재판소와 함께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관행은 여전히 노동인권을 제약하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사관계의 법제도화가 진행되고 있고 법의 입안과 제정 단계에서는 노동권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의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노동권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다.

그는 형사처벌이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수단이 업무방해죄로, “조합원에 대한 체포나 구속이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권을 행사하는데도 노동관계법 위반뿐만 아니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업무방해죄’, ‘퇴거불응죄’ 같은 형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동권 행사를 이유로 구속된 노동자수를 노태우 정부 시절 1천972명, 김영삼 정부 시절 732명, 김대중 정부 시절 836명, 노무현 정부 시절 573명으로 추산했다. 그는 “법의 해석과 적용단계에서도 노동인권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법에 한해 노사당사자의 참가와 관여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그래야 비로소 정상적인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법의 실효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와 같이 노동분쟁의 최종적 해결을 시민법 논리에 익숙한 법관에게 맡기는 대신 노동문제에 전문적인 법관에게 맡기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분쟁 해결을 위한 독립된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비정규직·여성·청년·고령자 등 노조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인권의 과제”라며 “앞으로 이 분야가 우리나라 노동인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법제도나 법 제정 절차 측면에서는 정상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인권을 약화시키는 제도의 대부분은 미 군정기에 형성돼 이후 지속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쳐왔지만 변화의 방향은 폭력적 규제에서 법제도화로 뚜렷한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직권중재 폐지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필수업무유지제도로 바뀐 것도 높이 평가했다. 반면에 강성태 한양대 교수(법학)는 “직권중재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필수업무유지제도는 국제노동기준과 상당히 다르게 변형된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사업에서 쟁의권을 심각하게 침해 또는 제한할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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