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의료원의 필수유지업무가 결정됐다. 그간 일부 중소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과 달리 노동위원회가 병원업종에서 처음으로 강제 결정한 사례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아쉬움이 많다. 노조가 파업시기를 못박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위원회의 결정 연기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제안과 무관하게 사전에 결정을 해놓고서, 19일에 노사에 통보를 한 것이다. 통보를 강행한 노동위원회의 변명은 매우 궁색하다.

“당사자의 취하 결정 없이는 노동위원회는 반드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내린 지침을 따른 것이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 강행여부나 시점은 고려가 안된다는 것이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독립기관인 노동위원회가 노사교섭이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부산교통공사·발전사·철도공사·서울메트로 등 주요 사업장 사용자들이 노동위원회에 결정 신청을 하면서 제도 미비에 따른 문제점들이 발생됐다. 심판사건인지 조정사건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고, 부산교통공사 사례처럼 노사교섭이 미진했을 때 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을 중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도 발생했다. 독립기관인 노동위원회가 노동부에 해석을 의뢰하는 일도 생겼다. 전국에 32개 발전소가 있는 발전 5개사와 전국에 780개의 역·사업소가 있는 철도공사 사건의 지노위 관할도 불명확했다.

지노위에 사건이 접수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사례들이 나왔고, 이번 동아대의료원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사교섭이 얼마나 미진했으면 동아대의료원노조가 파업시점을 통보하겠다는 '노조위원장 친필확인서'를 전달하며 노동위원회에 결정신청을 유보해달라고 했겠는가. 게다가 노조는 “노동위원회에서 먼저 요청했다”는 입장이고, 지노위는 “노조가 먼저 제안했다”고 반박한다. 필수유지업무 결정으로 인한 파국과 부담은 막아 보자는 노조와 노동위원회의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노동위원회의 처리과정과 절차가 허술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제도는 운용주체의 경직성보다 유연성을 요구할 때가 많다. 노사관계 제도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필수유지업무의 경우 곳곳에서 시행착오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자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구체적인 법적 장치 없이 시행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발전 5개사 사건을 맡고 있는 한 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법이 처음 시행되면서 노사는 물론이고 조정위원들과 조사관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산별연맹 법률담당자는 “매 사건마다 새로운 사례가 생겨나서 정리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병원업종 사상 첫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동아대의료원 사례가 씁쓸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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