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코 문막공장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14일 금속노조 도루코문막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다. 원청인 도루코에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28일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노조파업 한 달 뒤인 12월28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현재 비조합원과 현장복귀 조합원을 중심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새 지회 조합원은 35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칼을 만드는 도루코는 서울 본사와 3개 공장(문막·용인·시흥), 멕시코 해외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루코 문막공장 생산직 45명은 모두 4개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비정규 노동자들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최락윤(38) 도루코문막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만났다.

최 지회장은 최근 노동부 원주지청 특별근로감독 결과 드러난 5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도루코 원·하청 임금체불건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이날 금속노조를 방문했다.

“커터의 날 하나를 만들기 위해 ‘펀칭→열처리→연마→조립→포장’을 거칩니다. 회사측은 각 공정마다 단가를 매기고 거기에 따라 임금을 주죠. 예를 들어 제가 일했던 연마공정에서는 커터 날 하나 만들면 0.53원을 임금으로 받았습니다. 하루에 1만개를 생산해야 5만3천원을 받아가는 겁니다.”

최 지회장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하루 10~14시간을 일하고 금요일엔 철야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한 달로 계산하면, 무려 350~400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임금은 150~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더 받으려고 일을 더 하면, 회사측은 오히려 공정마다 정해진 임금단가를 낮춘다고 했다.

결국 남자 직원은 월 200만원, 여자 직원은 월 150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해도 저임금을 계속 유지하려는 회사측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생산품 하나당 임금을 매기는 임금체계는 기계가 멈추는 순간 이들의 임금도 ‘0원’이 된다.

“기계가 고장나거나 소모품을 교체해야 하는 작업을 하면 짧게는 40~50분에서 길게는 반나절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일을 하는 날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금은 절반 이상 줄어듭니다.”

결국 지회는 회사측에 법정노동시간인 8시간 이후 노동시간에 대해 잔업·야간·특근·연월차수당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지회의 요구에 대해 “단가에 이미 수당이 다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방노동청 원주지청이 특별근로감독을 한 결과, 회사측은 퇴직자를 포함한 직원 103명에게 수당 등을 포함해 5억5천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회에 따르면 현재 도루코는 국내 칼제조업계에서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도루코의 경쟁업체들이 최근 중국으로 이전한 뒤 잇따라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루코의 매출액은 1천억원에 달한다. 문막공장에서만 1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루코는 문막공장에 이어 용인공장의 시급제 비정규직을 도급제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과 하청 모두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들어요. 하청업체 사장들은 자신들도 월급 300만원 받는 봉급생활자라고 합니다. 결국 원청인 도루코가 나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강원지노위는 지난달 도루코 문막공장 노동자 9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회는 이날로 130일째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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