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노인들이 폐지나 고물을 줍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청주에 사는 지체장애인인 최아무개(51)씨도 고물을 수집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런데 지난해 3월15일 폐지더미 위에서 1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최씨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31일 청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에 따르면 최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정신장애로 독자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한 원고가 고물상 업주의 지시에 따라 고물수집을 했기 때문에 비록 업주가 판매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며 이같이 판결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판례”라며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신지체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최씨는 고물상에서 숙식을 하며 고물수집과 폐지정리 대가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사고를 당한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으나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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