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승강기업체인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티센동양)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티센동양은 지난 1월 생산과 설치부문 직원 115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티센동양의 직원은 800여명. 이 가운데 생산부문은 136명, 설치부문은 90여명이다. 회사측 계획대로라면 국내공장 절반을 덜어내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2006년 170억원, 2007년 330억원의 적자발생을 구조조정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 중국산 저가승강기 급증, 국내업체 간 수주경쟁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측은 경영적자의 구체적 이유를 지회에 공개하지 않고, 적자 액수만을 들이밀며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경영적자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매일노동뉴스>는 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있는 티센동양 천안공장에서 노승권(39) 금속노조 티센동양 대표지회장을 만났다. 노 지회장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공장 정문 앞 천막농성장에서 이날로 6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 티센동양은 2006년에도 공장 통폐합으로 구조조정을 겪었다. 불과 2년만에 다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데.

“2006년 9월 안산·시화·천안 등 3개 공장이 천안공장 하나로 통합됐다. 당시 생산직 직원 178명 가운데 35명이 명예퇴직 방식으로 감축됐다. 관리직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 규모였다. 회사측은 공장이 세 군데 있으면서 늘어난 물류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2003년에는 독일 승강기업체인 티센크루프가 동양엘리베이터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국내 생산공정을 반으로 줄였다. 인력을 줄일 대로 줄여놓고도 경영적자를 이유로 또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 구조조정 규모는 얼마나 되나.

“회사측은 지난 1월30일 공사부(설비) 55명과 천안공장(생산) 60명을 합해 115명을 인원감축하겠다고 했다. 관리직 50명까지 포함하면 16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 경영적자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회사는 지난해 10월30일 경영컨설팅 중간발표를 했다. ‘제품의 표준화 확대’와 ‘생산라인의 최적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이 말이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회사측은 명확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회사측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천안공장 공장장이 바뀌고 서울에서 인사노무 담당 상무 1명 등이 채용됐다. 공장에 없던 전략기획팀이란 게 생겼다. 지난해 8월1일에는 대표이사가 독일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지회는 회사측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로부터 구조조정 지시를 받고 현 대표이사를 취임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회사측이 근로계약종료통보를 했는데.

“지난달 18일에서 25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천안지회 조합원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회사측은 명퇴 신청기간을 이달 6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번에도 조합원들이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자, 3월10일 근로계약종료통보라는 이름으로 32명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공개했다. 생산직 모두 정규직인데, 근로계약종료라는 게 말이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5월13일까지 명퇴 신청을 계속 받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5년 미만 근무자에게 20개월치 평균임금, 5년 이상 10년 미만 근속자에게 22개월치 평균임금을 주겠다고 한다. 4개월 미만인 최근 입사자에게는 10개월치 평균임금을 제시했다."

- 지회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경영상 문제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회에 밝히라는 것이다. 단지 매년 적자가 난다고 해서 사람을 잘라내는 건 경영실수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적어도 원자재값이 얼마 올라서 적자가 얼마 늘었다는 정도의 얘기라도 해야 하지 않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보냈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 다루자고 하는데, 그러면 쟁의행위 한번 하지 못하고 앉아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17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낼 생각이다. 24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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