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노동법학회가 노동부 의뢰를 받아 작성한 ‘근로기준법제의 중장기적 개선방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노동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근로시간·고용 유연화 방안으로 내놓은 내용 중 일부가 이 보고서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당시 근로시간과 해고절차 등 법제를 개선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은 세 가지다. 먼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할 수 있는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1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단위기간은 법정 근로시간보다 초과해도 할증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탄력 근로시간의 길이를 좌우한다. 단위기간을 평균한 근로시간이 법정기준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근로시간계좌제’ 도입과 부당해고 때 금전보상제도를 사업주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런데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노동부가 발주한 ‘근로기준법제의 중장기적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이미 관련 내용이 제시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동법학회가 제시한 근로기준법 개선방향은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얘기해 왔다.

개선방향에서는 근로기준법 총칙부터 대부분의 조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중 근로시간과 휴일휴가, 해고조항에서는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탄력근로제 완화를 비롯해 재량근로제 확대를, 휴일휴가는 유급주휴제 폐지와 유급휴가의 집단적 사용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고 조항과 관련해서는 업무보고에서처럼 해고절차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해고 제한규정을 ‘최소 근속기간’에 따라 적용하자는 것과 해고소송 제소기간을 3개월로 한정하자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해고 보호규정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정리해고 사전 통보기간도 기업규모나 해고인원에 따라 차등을 두자고 했다.

노동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해 노사정위에서 논의하고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6년 정리해고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될 당시 극심한 저항이 되풀이될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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