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산업·업종 탐구'로 노동언론의 관심을 산업의제까지 확장한 데 이어 무자년 연중 기획으로 '현장을 가다'를 준비했습니다. 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생산·제작·운반·유통·서비스·판매 등 노동의 현장을 찾아 '현장의 땀방울'을 지면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합니다.<편집자> 
 
 
 


바스프(BASF Company Ltd.)는 독일 루드빅스하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 화학기업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54년 100% 투자형태로 진출,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바스프(주)를 설립했다. 대표적인 외국투자기업이다.

한국바스프는 세계적 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기업이다. 회사를 대표할 만한 완성품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자동차 부속품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중간원료를 만들어 각 제조업체에 납품한다. 울산·여수·군산·안산 등 6개 공장과 서울사무소에 약 95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주력제품으로 석유화학·폴리우레탄·정밀화학·기능성 소재 등을 공급한다.

한국바스프는 일반인들에게 낯설기는 하나, 국내 화학업계를 주름잡는 알짜기업임은 분명하다. 외국계 기업 중 자산 순위로는 10위, 매출액 순위로는 7위에 그치고 있지만, 실적 호전으로 당기순이익이 3위에 오르면서 종합 순위로는 5위에 올랐다. 매출액은 2005년 2조882억원에서 2006년 2조459억원으로 비슷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천281억원에서 1천69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매출의 약 60%는 중국·동남아 등 해외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바스프는 사업부문 구조조정에 고강도의 메스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군산의 라이신(Lysine) 사업과 인천의 안료사업에서 전격 철수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수익성 악화로 사업지속이 불가능하다는 바스프그룹 본사의 판단이 작용했다. 사업 철수를 둘러싸고 당시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바스프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방향은 단순하다. 수익이 적은 범용 제품은 과감히 도려내면서도 향후 수익성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제조단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권 진출도 활발하다. 아시아 지역 공장의 생산제품은 한국바스프 사업장의 제품군과 중복되기도 한다. 국내 사업장을 대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이같은 흐름의 여파로 최대 1천200명에 달했던 국내 공장의 임직원수는 최근 9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8일 <매일노동뉴스>가 찾은 한국바스프 안산공장에서도 '항상적'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한국바스프 안산공장은 반월공단 607블럭에 자리 잡고 있다. 8천여개의 중소영세 공장이 밀집한 반월공단에서 몇 안 되는 대기업 공장이지만, 규모는 아담하다. 1만3천622㎡(약 4천500평) 규모의 부지에 사무동 건물과 원재료 보관창고, 생산동(공장), 생산품 보관창고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장장을 포함해 이 공장을 돌리는 직원은 모두 33명이다.

'한국바스프 안산공장'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공장의 주인은 네 번 바뀌었다. 안산공장은 네덜란드의 종합화학회사인 악조 노벨(Akzo Nobel)과 한국의 고합(주)(옛 고려합섬)이 합작해 지난 89년 설립됐다. 이후 94년 고합이 악조의 지분을 인수해 고합엔지니어링을 설립했고, 6년 뒤인 2000년 미국계 터보 제조업체인 하니웰에 인수됐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3년에 다시 한국바스프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통칭된다. 플라스틱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음료수 페트병, 장난감, 각종 용기 제작에 두루 쓰이는 일반 플라스틱을 '범용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범용의 반대 개념인 '특수'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제품의 주원료가 되는 나일론에 특수 물질을 첨가해 내열성과 강도, 빛의 투과성 등을 높인 것이다. 철을 대체한다는 뜻에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범용 플라스틱이 석유화학단지 플랜트 장치를 통해 대량 생산돼 경기의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특수 플라스틱은 용도에 맞춰 생산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불황이 없고 마진율이 높다.

생산품 자체를 놓고 보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치 쌀알처럼 생긴 색색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의 겉모습이다. 혼합과 합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중간제품이라는 뜻에서 컴파운딩(compounding) 제품이라고도 불린다.

전세계 바스프 공장 중 안산공장과 동일한 제품을 만드는 곳은 모두 11곳이다.
특별히 안산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명 앞에는 '울트라(ultra)'라는 단어가 붙는다. 대표 상품인 '울트라마이드'는 주원료인 나일론에 특수물질을 첨가한 폴리아마이드(PA)의 'made in 안산공장' 버전이다. 울트라마이드의 65%는 자동차 부속품 제작에 쓰인다. 내열성이 좋기 때문에 전기밥솥이나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의 재료로도 쓰인다. 울트라마이드뿐 아니라 울트라폼·울트라손·울트라두어 등이 안산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용도에 따라 첨가물질이 달라지고, 제품명도 바뀐다. 플라스틱의 독성을 제거한 아기들 젖병의 재료가 바로 울트라손이다. 안산공장에서는 연간 1만5천톤의 알갱이 플라스틱이 제품화된다.

용도에 따른 제품화는 이 공장이 가진 강점이다. 납품업체의 주문을 받은 뒤 생산에 돌입한다. 독일 등의 나일론 제조공장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한 뒤 납품업체의 주문을 받아 용도별 플라스틱을 만들어낸다. 납품업체는 대부분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이다. 팔려나간 울트라마이드는 성형 과정을 거쳐 자동차 엔진 커버, 자동차 손잡이, 헤드라이트 커버, 타이어 휠 커버 등으로 변신한다. 바스프라는 회사 이름은 낯설지만,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인 울트라마이드는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자동차업계로 판매되다 보니, 자동차업체 노동조합의 임단협과 파업이 집중된 여름철이 이 공장의 비수기가 된다.
 

'섞고, 반죽하고, 식혀서, 절단'

다른 화학제품 생산공장과 마찬가지로 한국바스프 안산공장의 생산공정도 자동화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특수 플라스틱업계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경쟁업체가 증가했고, 회사측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화를 택했다. 공장의 직원이 생각외로 적은 이유다.

투명에 가까운 쌀알 모양의 나일론에 난연제품 첨가물, 고강도 제품 첨가물, 충격 흡수 첨가물 등이 용도에 맞게 혼합돼 익스트루더(extruder)라고 불리는 압출기 속으로 들어간다. 이때 압출기 온도가 섭씨 300도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혼합물이 밀가루 반죽상태로 섞이고, 반죽상태의 혼합물은 냉각기인 워터배스(water-bath)로 옮겨진다. 워터배쓰에서 국수 가닥의 형태로 고형화된 제품은 필터를 통과하며 약 0.5밀리미터 길이로 절단된다.

일정한 크기로 절단된 제품은 곧바로 포장공정으로 넘겨진다. 포장기계에서 분량별 포장용지가 나오고, 제품이 들어가고, 밀봉되기까지 채 20초가 걸리지 않는다. 특수 플라스틱 알갱이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안산공장을 포함한 전세계 바스프 공장의 공통점은 환경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화학산업은 대표적인 굴뚝산업에 속한다. 인체에 유해한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각종 직업병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일쑤다.

이같은 인식을 깨기 위한 바스프그룹 차원의 노력은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 170여개 바스프 공장은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주기별로 일주일 이상의 본사 안전점검을 받는다. 문제점이 발견된 공장은 이듬해 재점검을 받게 되며, 재검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될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 현재 안산공장만 해도 500일 넘게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환경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바스프의 경영철학은 인수합병(M&A)으로 전세계에 진출한 그룹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스프는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공장을 신축하기 보다는,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쪽을 택한다.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해당 공장에서 철수하는 식이다. 공장을 팔 경우 '깨끗한 공장', '안전한 공장'이라는 이미지가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특수품의 범용화' … 호황의 막바지

안산공장은 현재 주 5일제, 3조3교대로 운영된다. 그러나 비수기인 여름철을 제외한 기간에는 대다수 직원들이 토요일 특근을 하기 보기 때문에 실제로는 주 6일제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노사는 지난해부터 교대제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행 3조3교대를 4조3교대로 전환하고, 주 7일 공장을 돌리겠다는 것이 회사측 계획이다.

그런데 회사측은 현재 인력충원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임금 등 직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도 회의적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3명의 직원만 있으면 3조3교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4조3교대로 변경하고자 한다면 새로 한 명을 충원해야 한다. 회사측은 경쟁력과 수익성을 놓고 볼 때 더 이상의 인력충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원을 추가로 뽑기보다는 시설을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교대제 개편을 둘러싼 노사의 긴장은 특수 플라스틱업계의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선주문 후생산’ 방식과 높은 마진율 등 특수 플라스틱업계의 매력은 경쟁업체의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는 '호황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안산공장이 입지한 반월공단 안에도 수많은 특수 플라스틱 제조업체가 나일론을 반죽하고 있다. 이른바 '특수품'의 '범용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노동조합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연일 공장을 돌려야 경쟁업체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회사측 주장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직원들의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회사측의 계획에 무조건 반기를 들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바스프 본사의 판단에 따라 군산의 라이신 사업과 인천의 안료사업이 철수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다'고 절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산공장 노사협상의 핵심 쟁점은 교대제 개편을 둘러싼 노동조건 개선 여부다. 대표적인 외투기업이자, 업계 호황을 등에 업은 알짜기업인 한국바스프 안산공장 노사가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운기 노조 위원장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게 노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외투기업은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운신의 폭이 좁은 수많은 외투기업 노동조합에 보내는 메시지다.
 


17년째 안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최철환(41) 생산부장은 친구들을 만나면 할 말이 많다. "뭐하는 회사에 다니냐"는 질문이 나오면, 여지없이 자랑을 늘어놓는다.
 

"너희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보닛을 열면 엔진커버가 나오지. 그게 우리 회사 제품으로 만드는 거잖아."
최 부장이 으쓱해지는 순간이다. 무심히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안산공장 제품으로 만든 손잡이를 단 자동차를 마주칠 때의 반가움도 빼놓을 수 없다. 최 부장은 생산공정과 제품의 품질을 관리한다. 지난 2000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안산에서 살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라서 대우는 좋은 편이에요. 가족과 떨어져 사니까 힘들긴 하죠. 직장생활이라는 게 자기개발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목적이 더 크잖아요."
 

직장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라는 그이지만,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바스프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에까지 무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스프에 몸담고 있는 한 ‘위기의식’을 따로 떼어 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군산공장에서 라이신 부문이 철수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글쎄요 우선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스프가 추구하는 목표가 '자본 이상의 이익 창출'이거든요.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아직은 괜찮은 편인데,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도 우리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어요. 그룹 차원에서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한 거죠.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는 아닌데, 특수 플라스틱 사업 자체가 성장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어요."
 

최 부장은 각종 봉사활동으로도 공장 내에서 유명하다. 떨어져 살고 있는 3명의 자녀들을 생각하며, 몽골과 방글라데시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배럴당 50~60달러이던 원유가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100만달러를 넘어섰잖습니까. 우리는 기름에서 추출되는 나일론 원료를 사다가 재가공하는 업체인데,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경쟁업체가 늘다보니 제품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김봉수(47) 안산공장장은 마진율이 뚝뚝 떨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경영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돼 있다고 토로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주 5일 근무'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노조에 교대제 개편을 제안했다.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 무너지고 있어요. 경쟁사가 늘면서 박리다매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어요.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주일 내내 공장을 돌려야 합니다. 기계를 껐다 켰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 만만치 않거든요. 실제로 대부분의 화학업체들은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김 공장장은 ‘업무의 합리화’를 강조했다. 설비 자동화를 늘려 현재 인원만으로 공장 가동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행 3조3교대제를 4조3교대제로 개편하고, 공장을 연속으로 돌릴 경우 안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만7천500톤(현 1만5천톤)까지 늘어난다.
 

“지금까지 외국 공장과 비교할 때 제품의 품질력도 단연 앞서고, 영업도 잘했습니다. 그래도 산업지형의 변화를 비켜갈 수는 없어요. 바스프 본사 차원에서 설비투자를 늘려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에 앞서 우리 공장 스스로 자체 생산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죠. 해답을 찾기 위해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김 공장장은 한국바스프가 첫 직장이다. 대학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하고 지난 86년 입사했다.

"생산량을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회사측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이 전제되지 않은 교대제 개편을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정운기(42) 노조 위원장은 격앙된 어투로 이같이 말했다. 이 공장 노사의 교대제 개편 논의는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업체 노조들의 임단협이 길어지면서, 안산공장의 제품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물량이 줄어들자 회사측은 교대제 개편을 제안해 왔고, 노조는 이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조건 없는 4조3교대 실시'다.
 

"합의 당시는 물량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현장에서는 손이 달리는데, 지금 인원만으로 교대제를 개편하면 노동강도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플라스틱업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공장 더 돌려야죠. 직원들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임금이라도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 위원장은 노사갈등 상황의 원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외투기업일수록 상호소통이 중요한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외투기업 경영자들의 불만이 대부분 노사 간 이해와 신뢰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당장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게 아닙니다. 올해가 힘들다면 내년에 올리면 되죠. 노조의 입장을 회사측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이해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어요. 답답합니다."
 

9년째 노조 위원장을 하고 있다는 정 위원장은 "기업이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은 외투기업 직원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곳(한국)에서 돈 벌어, 이곳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한국에 있는 바스프 노조 간 관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의 한국바스프 공장에는 각각 노조가 설립돼 있다. 바스프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 노조 간 관계는 소원한 편이다. 바스프가 기존 공장 위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결과다. 공장별로 생산품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다. 노조별 교류가 거의 없다보니, 다른 지역 공장의 사정에 어둡고 무감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작년에 한 공장에서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타 공장 노조의 표정이 밝을 리가 없죠. 회사측은 이같은 정서를 십분 활용하고 있어요. 가령 노조가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공장에 없어서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죠."
 

정 위원장은 "지난해 군산공장 라이신 부문이 철수할 때에도, 다른 공장 노조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제살 깎아먹기식 노조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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