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올해 공무원 노사관계를 뒤흔들 다이너마이트다. 정부 조직개편에 이은 조직과 인력에 대한 감축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 앉아서 구조조정을 기다리는 처지가 돼버린 공무원 노조들은 "전선이 명확해졌다"며 조직 통합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조직 간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이를 볼 때 올해 공무원 노조들의 핵심 화두는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 저지'다. 각 조직 간 통합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합법의 틀 속에서 진행되는 대정부교섭에서 노조의 위상이 변화할 수도 있고, 공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예견되고 있는 범 공공부문 연대투쟁의 파급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공무원 노조 통합의 중심에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가 있다. 민공노는 지난해 6월 출범 후 중앙행정기관노조를 본부로 끌어들인 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는 공무원노총, 법원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공무원노조 통합추진협의회(통추위)’ 구성해 관련 논의를 주도해 왔다. 통추위는 최근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통준위)'로 형태를 변경하고, 연맹체가 아닌 단일노조 설립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민공노 출범 후 과도기 임시 지도부 체제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정헌재(43) 위원장이 최근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재선됐다. 조합원 직접선거를 통해 재심임을 받은 셈이다. 정 위원장은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무엇하나 만만한 게 없다"고 운을 뗐다.

당면한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공무원조직 통합,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노조 건설, 공무원노조특별법 개정, 징계 해고자 사면복직 등 올 상반기에 집중해야 하는 사업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전국에 100여개의 공무원 노조가 흩어져 있는데, 일단 힘을 합쳐야 싸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규모를 갖춘 민공노, 공무원노총, 전국공무원노조의 결심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무원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정권은 힘이 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노조)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현실이다. 힘이 분산돼 있다는 뜻이다. 대정부투쟁에 돌입하기에 앞서 각 조직들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투쟁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각 조직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공무원노조들이 파업 등 정공법을 택할 여지는 사실상 많지 않다.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즉 '철밥통' 이미지가 건재한 상황에 노조가 파업을 택하긴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릴 공무원 구조조정의 그림을 미리 예상해 대안을 찾는 작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정책사업을 강화해 엇나가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대안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것이다.

정부 압박 차원에서는 4~5월 중으로 2만명 규모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간부 몇 명이 선동하는 싸움이 아닌, 조합원이 주도하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20일부터 임원들은 현장 순회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위협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위기감이 조직 내 통합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는 민공노 뿐 아니라 다른 조직들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 통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각 노조 간 통합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통추위가 최근 통준위로 전환됐다. 2주마다 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관건은 단일노조라는 통합방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느냐다. 대부분의 조직이 단일노조 방식에 동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있는 조직도 있다. 공무원노총의 경우 연맹체이다 보니 단일노조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직형태에 대한 합의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공노 입장에서는 '아래로부터의 화학적 결합'을 원하고 있다. 지역에서부터 통합논의를 활성화해 최종적으로 상층단위에서 결정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통합 논의를 가속화한다는 측면에서 4~5월께로 예정된 집회에 타 조직들에 동참을 요청할 생각도 있다. 함께 움직이다보면, 그에 걸맞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전국공무원노조와의 통합 구상은 어떤가.

"지난해 분열사태에 따른 상처와 여진이 두 조직 모두에 상당히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감정의 문제를 떠나, 각종 형사고발 문제 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결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열을 가다듬을 시점이다. 같은 노동조합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모든 문제를 무조건 덮고 가자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다. 최근 통준위 명의로 전국공무원노조에도 참가를 요청했다. 함께 싸우고 싶다. 가급적이면 현재 걸려 있는 각종 고소고발도 취하하고, 서로 진정성을 보이는 차원에서 상호 비방부터 중단했으면 좋겠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현장 조합원들이 두 조직 모두에 회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노조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함께 해법을 찾고 싶다."

- 올해부터 대정부 교섭에 참가하게 된다. 교섭위원 배분을 둘러싼 각 조직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원활한 교섭을 위해서도 통합은 중요하다. 지난해 공무원노총이 최초로 정부와 교섭을 했는데, 교섭 위원 배분 문제로만 7개월을 끌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공노·공노총·전공노 등 규모를 갖춘 조직들의 자기 결심이 중요하다고 본다. 통합 논의 속에서 어느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 간 통합논의와 함께 올 상반기는 공무원 노조 간 세력균형이 변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을 거부하는 조직은 세력의 열세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 지난해 대정부교섭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공노총 등이 지난해 최초로 정부와의 교섭을 성사시킨 점은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교섭 내용 측면에 있어서는 실망스러운 측면도 크다.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내용 중에는 공무원의 요구를 정부가 제대로 수용한 것이 거의 없다. '노력한다, 협의한다, 검토한다' 등의 사항을 정부가 정말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 공무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는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안고 있는 태생적 문제다. 단체교섭과 관련된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조항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정부측 교섭대표를 국무총리로 격상하는 것과 합의사항을 입법발의로 법제화해야 하는 과제 등이 단체교섭 시작 전에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 위원장으로 재신임되며 '참공무원 운동'을 강조했다.

"민중행정과 참공무원운동을 선포했다. 참공무원이 되겠다는 실천을 통해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따뜻한 연대로 바꾸는 운동을 할 것이다. 민중행정이란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이익에 복무하는 행정이다. 전시행정과 관료주의, 무사안일, 부정부패를 타파하고 노동자와 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행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조와 조합원 개개인의 혁신운동이 참공무원운동이다.

대다수 공무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어서 공직자의 길을 택했다. 개별 공무원의 힘을 작지만, 통합된 힘은 결코 작지 않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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