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채권추심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소액사건재판에 관한 판결로, 정식재판에서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주심 박시환 대법관)은 13일 정아무개씨가 농업협동조합자산관리(주)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150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추심할 채권을 배당받고 각종 지시를 받은 점, 타 업종 겸업이 금지돼 있는 점, 원고가 사업소득자로 등록은 했지만 실제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없는 점, 회수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씨는 2002년 10월 농협자산관리 강원지사장과 채권추심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카드 연체채권 회수업무를 하던 중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2004년 5월 계약을 해지당했다. 정씨는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정씨와 회사측 상고에 대해 근로자성을 판단하지 않고, 소액사건심판법이 요구하는 상고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해 원심이 확정된 것이다. 소액사건의 경우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의 판례에 위반될 때만 상고가 가능한데, 아직까지 대법원이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판단한 판례가 없다.

다만 지난 1월 서울고법(재판장 조용호 부장판사)은 카드사에서 채권추심원으로 일하다 숨진 김아무개씨의 어머니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2005년 카드사와 위임계약을 맺고 채권추심원으로 일하던 중 뇌출혈로 회사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이에 따라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향후 대법원이 소액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통해 판단을 내려야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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