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약을 반복 갱신한 농협중앙회 물류센터 계약직을 합리적인 사유없이 해고했다면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농협중앙회의 5년 고용연한제를 부정한 판결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기간제법이 시행된 이후 법원이 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한명수)에 따르면 수도권 한 농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해온 박아무개씨가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장기간 반복 갱신됨으로써 근로계약상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계약만료 통보는 실질적 해고”라며 “업무 배치전환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농협중앙회는 계약직 직원의 최장 근로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을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그러나 농협중앙회에는 계속근로기간이 5년을 초과한 계약직 직원을 재채용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고 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의 최장 근로기간을 5년으로 제한할 어떤 합리적 이유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농협중앙회에만 존재하고 있는 5년 고용연한제를 전면 부정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한 농협중앙회의 계약해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중앙회에는 6천여명의 계약직이 근무하고 있다.

신은정 사무금융연맹 조직부국장(공인노무사)은 “농협중앙회는 비정규직노조 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고용연한제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경고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노조 고용안정 투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부국장은 “계약해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물류센터 계약직에 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 반복갱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은 강문대 변호사(참터 법무법인)는 “예전에는 계약을 반복 갱신한 계약직에 대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판결이 많았지만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거의 전무했다”며 “법 시행 이후 법원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향후 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후 반복 갱신된 계약직에 대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직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확정판결이 나올 경우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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