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의무금이 3년 논의 끝에 인상됐다. 올해 의무금을 300원, 내년에 100원 인상하기로 했다. 2010년부터 정액제였던 의무금 납부 방식을 정률제로 전환키로 결의했다. 정부지원금 수령과 관련한 안건은 논란을 벌인 끝에 다음 대의원대회까지 유보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재정혁신 방안 승인 건’을 논의한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재정혁신 건은 지난 2004년부터 2년에 걸쳐 조직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해 2006년 대의원대회에 상정했지만 성원미달로 유회되면서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2007년에도 역시 두차례 대의원대회에 상정됐지만 번번히 회의가 유예돼 처리에 실패했었다. 4번째 상정만에 일부 내용이 통과된 셈이다.

민주노총이 재정혁신 방안으로 제출한 것은 세가지다. 먼저 2008년에 의무금 300원을 인상하고 2009년에 100원을 추가 인상하는 안이다. 민주노총은 2006년부터 맹비 인상안이 결정되지 못해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만성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의 재정수입은 의무금이 63억6천만원으로 95%에 달하고 기타수입은 2억원에 불과한데 지출은 고정비로만 62억6천만원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비로 3억원을 편성할 수밖에 없어 사업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여기에 2010년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직선제에 들어가는 돈이 올해 1억원, 내년에 7억5천만원이 필요한만큼 2009년에 추가로 100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 번째로는 정액제를 정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지난 94년 민주노총이 창립했을 때는 기업별노조 체제라 임금체계가 달랐던 점을 감안해 매월 일정액을 납부하는 정액제가 불가피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또 매년 물가인상이 거듭되고 민주노총의 조직력이 성장하는 만큼 그 역할이 확대돼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조직활동 비용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무금 인상은 지난 2001년 8월 한차례 이뤄진 뒤 한번도 이뤄지지 않을만큼 인상은 어렵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의 수입에 비례한 의무금을 책정하고 임금인상에 비례해 총수입 구조를 안정화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마지막으로 비정규미조직, 실업노동자 조직사업을 위한 예산확보 방안은 논란 끝에 이석행 위원장의 의견제출로 다음 대의원대회 때 논의키로 결정했다. 이 안건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사업비를 충당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여전히 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대의원들이 많았다. 일부 대의원은 안건 자체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6시45분 현재 대의원들은 2호 안건인 ‘2007년 사업보고 및 평가, 결산 승인 건’을 심의하고 있다.
 
유회될까 조마조마 …
“4시간 넘으면 유회되는 전통이 있어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43차 대의원대회 첫 발언은 회의 유회에 대한 걱정이었다. 대회사 자체를 짧게 하겠다며 회의진행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회의 유회를 우려해 그 흔한 연대사도 없었다.
 

이석행 위원장의 ‘회의 사수’ 요청은 계속됐다. 그는 “1주일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명박 쓰나미가 다가오는데 우리는 12년 역사 속에서 의결기구하나 사수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고 한탄했다. 대의원대회 본대회가 시작되고 성원을 확인한 결과 전체 976명 가운데 558명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보다 70명이 많은 숫자다.
 

안건 심의 도중에도 짧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대의원은 “유회만을 걱정해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회의는 여느 때와 달리 진행됐다. 1호 안건인 재정혁신안을 처리하는데만 1시간 30분 가량 걸렸지만 지리한 주장대신 대체적으로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이 잇달았다.
 
민중참여경선제 폐기
계급투표 실패 요인
‘노동의제 부각을 통해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 강화에 실패했다.’, ‘정치실천단의 활동이 부진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가혹한’ 패배를 당한 대통령 선거를 두고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성과와 한계를 분석했다. 성과로는 노동자 밀집지역에서의 강세, 대선과 함께 치러진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의 약진, 민주노총 계급투표 성향 상승을 꼽았다. 반면 한계로는 노동의제 부각을 통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 강화 실패, 서울본부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를 제외한 정치실천단의 활동 부진을 꼽았다.
 

영역별 선거전략 평가로는 노동의제에 대해 민주노동당과의 정책교류 부족으로 대선시기에 노동의제를 쟁점화 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중참여경선제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에 기반한 계급투표 전략으로 도입된 민중참여경선제가 폐기된 것을 계급투표 실패의 요인으로 꼽았다. 민중참여경선제가 채택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의 미래를 중심으로 사고하지 못했고 각 정파와 예비후보자 간 이해득실로 이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목표 역시 민중참여경선제를 도입해 전국의 노동현장에 민주노동당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복8010 계급투표는 서울본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의 정치실천단 활동, 경남에서 조합원 가가호호 방문, 전남, 사무금융연맹, 민주연합노조의 집단가입운동은 성공적이나 위력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선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정권을 쟁점화 시킨 것은 작은 성과지만 정치공세를 다각적으로 벌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인희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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