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이 재벌과 대기업의 지원조직으로 됐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민주노총 방문을 6일 앞두고 인수위가 제시한 새정부 정책목표를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각 산별연맹의 인수위 요구안을 공개했다.<상자기사 참조>

23일 민주노총은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개편을 철회하라”며 “공공부문 사유화가 아니라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당선자가 성장제일주의에 기반한 경제살리기를 앞세우며 친재벌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에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활동에 이익만 준다면 모든 규제를 풀어 인권과 환경, 문화 공공성은 무시하거나 악화시키겠다는 얘기”라며 “정부조직이 재벌과 대기업의 지원조직이 됐다”고 꼬집어 말했다. 민주노총은 구체적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이 국민의 의견수렴이나 사회적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과나 실적 위주의 조직개편이고 부처간 힘의 균형이나 상호 견제기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했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통합은 친재벌 정책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고 통일부 폐지는 통일과 남북관계를 한미동맹에 종속시켰다고 했다. 이밖에 교육부 축소, 여성부 폐지, 부처통합과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농촌진흥청 폐지를 개편안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민주노총은 “이번 개편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보호와 조정, 사회적 부의 배분역할을 시장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계기로 당선자의 ‘작은 정부론’ 철회와 공공부문 사유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유화·민영화 보다 사회공공성 강화해야
전교조·공공운수연맹·공무원노조·언론노조 한 목소리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총력대응 체계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동시에 사회공공성을 촉구하는 요구안도 공개했다. 전교조·공공운수연맹·공무원노조·사무금융연맹 등의 요구안이 담겨있는데 내용은 인수위의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전교조, 귀족학교를 서민학교로=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평준화를 사실상 해체하고 귀족학교를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이라면 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천만원 수준에 달하는 귀족학교와 서민학교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육 기회 형평성을 파괴하는 정책이 도입될 경우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고등학교 진학 선택권이 결정될 것”이라며 “노동자와 농민, 도시 서민의 자녀들은 높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이런 학교 진학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율형 사립학교 진학을 위해 초 중학교부터 입시 사교육비가 팽창하게 되면 사교육비가 증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귀족학교와 서민학교로 재편하여 교육의 계층화를 조장하고 소모적인 입시 경쟁 교육을 부채질하는 자율형 사립학교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연맹, 국민 삶 직결 서비스 민영화 안돼=공공운수연맹의 눈은 공공부문 구조개혁에 쏠려 있다. 연맹은 “공공부문에 대한 잘못된 구조개혁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한 저항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심이 이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운수연맹은 망산업으로 불리는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같은 구조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에너지분야는 국가가 책임지는 운영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할된 발전회사를 매각할 게 아니라 발전공사 형태로 통합해 운영할 것과 천연가스도 도입·도매 부분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대규모 인력·재산 피해를 발생시키는 에너지 공급시설의 안전·유지보수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를 철회할 것과 지역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지역난방공사 구조개혁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 부문에 대한 공공서비스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요즘 논란이 벌어지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 중단도 포함됐다.
 

◇보건의료노조, 의료는 돈벌이 아니라 기본권리=보건의료노조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며 영리중심의 미국식 의료체계가 아니라 공공성 중심의 유럽식 체계를 확립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리”라며 “90%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획기적 확대로 온 국민이 진료비 걱정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의료체계를 개편하고 공공의료 비율을 5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노인이나 여성, 어린이, 장애인처럼 건강취약집단이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양극화를 해소할 것과 건강정책 결정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존중할 것도 촉구했다. 의료양극화와 국민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 산업화 정책 폐기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행정 공공성 강화해야=공무원노조는 행정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형 정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행정서비스의 기업화가 국민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행정서비스 혜택을 부자만 누릴 수 있도록 한정시킨다”는 주장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도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래지향적인 부처는 폐지되고 정작 과도한 권한행사로 지적됐던 행정자치부는 확대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행정서비스의 공공성 강화하려면 국립대 법인화, 상하수도 민간위탁, 복지문화시설의 민간위탁, 환경미화사업·주정차관리사업 등의 민간위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조개편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는 미디어 수용자 권리 보장과 미디어 교육 제도화 등 11가지 요구안을 제출했고 사무금융노조는 금융감독기구 일원화와 공적민간기구화, 관치금융 제어 등을 촉구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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