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체불당한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이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원청업체인 포철산기 정문 앞에서 휘발유를 뿌리며 항의하다 불이 붙어 6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포항남부경찰서와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등에 따르면 조광기계산업 소속 건설노동자 15명은 지난 21일 오후 7시께 원청회사에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에 위치한 포철산기 정문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포철산기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진입을 막아서자, 포항지부 김아무개(42) 부지부장이 천막농성장에서 발전기 연료로 쓰던 휘발유를 뿌리면서 항의하던 중, 경비실 밖에 있던 난방용 난로에서 불이 붙어 김 부지부장과 포철산기 직원 5명이 얼굴과 손 등에 1~2도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항의집회에 참석했던 15명을 전원 연행했으며,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린 혐의(방화예비)로 김 부지부장을 긴급체포했다. 나머지 14명은 훈방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신용 포항지부장은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원청사인 포철산기를 찾아갔는데 회사측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며 "휘발유를 뿌린 것은 우발적인 행동이었고, 불이 붙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임금이 체불되고도 추운 날씨에 천막농성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포항건설노동자들의 실정"이라며 근본 책임이 회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광기계산업 소속 노동자 30여명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임금 1억8천만원(비조합원 임금까지 2억3천만원)이 체불되자, 원청인 포철산기에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천막농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포스코 자회사인 포철산기는 하청업체인 조광기계산업에 공사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만큼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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