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차기 집행부를 뽑는 선거가 오늘로서 딱 일주일 남았다. 이번 선거는 기존 대의원 대회가 아닌 선거인단 방식으로 치러진다. 과거 700명 규모의 대의원에 비해 4배 정도가 많은 2천788명의 선거인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선거구도가 장석춘-백헌기 후보로 단일화되면서 경선보다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후보의 정책유인물도 선거인의 손에 직접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후보자에 대한 인지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때문에 대회가 성원되는 과반 돌파가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

후보자들은 지역본부별 순회유세와 산별연맹 방문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알려나가는 한편 대회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상 유일한 선거전략인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반 돌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역유세를 돌다보면 선거인의 높은 관심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유세에 선거인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고, 현안에 대한 질의에 적극적인 분위기를 볼 때 대회 성사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과반 돌파가 아니라 장석춘 위원장 후보가 밝히듯 80% 가까운 높은 참여율로 대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김현철 우리은행지부 부위원장은 "한국노총 후보가 누군지, 정책이 뭔지 잘 알지 못 한다"며 "부위원장도 모르는데 조합원이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에 이슈가 없다. 또 일반 조합원이 선거에 소외되면서 조합비만 내는 사람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은정 주택공사노조 대의원은 "투표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박정길 제주해상산업노조 위원장도 "공약집을 받지 못했다. 지역에서 선거에 대한 얘기가 별로 돌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연맹을 통해 어떤 사람이 나서는지 겨우 알 정도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방에 있는 선거인들에게 버스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반면 전체 선거인 중 53%가 몰려있는 서울·경기지역의 선거인은 대중교통과 승용차를 이용해 대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행사가 열리는 강서구 88체육관은 30여대의 주차공간만 제공될 뿐이다. 선관위는 3회에 걸쳐 선거인 대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 또한 금융과 자동차노련 등 큰 산별이 선거인 명부에 핸드폰이 아닌 노조 전화번호를 기입하면서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375명이 배정된 금융노조의 경우 노조 전임자만큼 일반 조합원들이 선거인에 포함돼 선거 참여를 낙관할 수 없다. 전임자가 많지 않기는 항운노련(123명)과 해상산업노련(120명)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소속 노조에서 적극적인 역할과 홍보를 하지 않는 한 선거동원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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