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사례는 노동계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정규직의 희생이나 차별없이 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비정규직 278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미 지난 2003년 계약직 17명을 시작으로 2005년 62명, 2006년 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분리직군제나 무기계약직 등이 아닌 완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부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김동유(39) 금융노조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 당선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계획은 이미 지난 2002년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은 그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만간 비정규직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지부에서는 그때부터 이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기뿐 아니라 비정규직노조와의 통합 등도 이 계획안에 포함됐던 것들입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철저하게 준비해 노조가 먼저 치고 나갔죠. 회사도 딱히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겁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식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운동성’이 살아나야

김 당선자는 6년간의 그림자 생활을 마감하고 전면에 나섰다. 지난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6년 동안 부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을 각각 맡아 임명배 위원장의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임명배 위원장의 배려·인내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과 김동유 부위원장의 뛰어난 전략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쟁을 벌일 때는 치열했습니다. 그렇지만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일사천리로 밀고 나갔죠. 집행부 내부에서 단 한번도 잡음이 없었어요. 조합원들도 힘을 실어줬죠.”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390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1천명으로 증가했고, 지부 노력으로 공사 업무도 확대됐다.

그는 “부위원장은 조직 팀워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위원장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라며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경영진, 정부와의 관계에서 균형잡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임기 동안 두 가지 부분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노조활동에서 운동성을 강조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활동에서 ‘조합’이 부각돼 오면서 운동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노동’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위기는 외부적 조건이 원인이되기도 하지만 1차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는 것이죠. 언제부턴가 노동조합에서 ‘노동’은 사라졌어요. 이를 부활시키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실질적인 경영참여를 실현해 내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경영참여는 공기업노조의 사회적 책임감과 관련된 문제”라며 “공기업노조가 경영참여를 실현한다면 사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정리기금업무를 맡아왔다. 사업이 종료되면서 이 사업으로 많은 축적금을 쌓을 수 있었다. 이 자금의 사용처를 마련하기 위해 지부가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지부가 내놓안 방안은 마이크로크레딧 활성화로 서민금융을 회생시킨다는 것이다. 현실화될 경우 사회양극화 해결에 공사가 전면으로 나서게 되는 셈이다.

김 당선자는 “공기업 경영진들의 역할은 한정돼 있다”며 “노조가 대 정부 활동에 나설 경우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한다. 입법활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부부처 공무원을 상대한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현장상황을 잘 몰라서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노조의 요구가 합리적이라면 설득 못할 것도 없죠. 현장상황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경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부가 적극 나서 당초 2002년이었던 부실채권기금업무 종료시한을 5년 연장했다. 이로 인해 계약직원들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또 부실채권운용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도 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국유재산관리업무도 지부의 노력으로 확보한 업무다. 이로 인해 인원충원과 정규직 전환이 가능했다는 게 김 당선자의 얘기다.

비정규직문제 해결 전 조직 ‘축제’로

김 당선자는 이를 위해 노조가 경영진보다 한발 앞서 경영현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직과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을 찾아내 실현 가능한 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경영참여에 적극적인 이유도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조직 전체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다.

“일단 저질러 났는데 축제가 될지 조직전체의 악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인원규모는 늘려놨지만 승진적체문제가 심각해요. 정규직 인원규모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대체한 경우도 있거든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직을 활성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게 숙제입니다.”

그는 “비정규직문제 해결로 거둔 긍정적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공사의 업무 확대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지부의 몫이 크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기가 노동계에 ‘기회’

김 당선자는 개인적으로는 노동진영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권교체 시기인 지금이 적기입니다. 노동계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비정규직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전 국민 홍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7% 성장을 장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노동계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단위노조들에게도 내부로 움추렸던 활동을 외부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활동을 확대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소외받고 있는 여성·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 활동할 때 노동진영 전체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당선자는 사회환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조합원들이 외국인노동자문제나 농업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당장 오는 4월 열리는 대의원 수련회를 농촌체험으로 대체해 볼 생각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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