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6일 국회에서 올해 첫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노조의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올해를 예측하고 노조의 대응방법도 함께 제시됐다.

제2의 외환위기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다시 대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은 이를 놓고 ‘어정쩡한 신자유주의’에서 ‘노골적 신자유주의’로 이전한 것”이라고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 가능성

정태인 사업본부장은 미국 발 세계경제 위기를 경고했다. 미국의 위기는 △유가, 식량 등 원자재 가격 급등 △부동산 버블 붕괴와 소비축소 △쌍둥이 적자 확대를 근거로 제출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1972년 소련의 흉작으로 촉발된 곡가 폭등과 73년 1차 석유위기(오일쇼크)가 결합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유가는 배럴당 106달러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 이미 100달러 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소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경상수지와 재정의 쌍둥이 적자는 이미 다른 나라라면 외환위기를 겪을 정도의 수준에 다달았다고 봤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은 없다고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급격한 버블 붕괴를 낳고 동시에 수출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1980년대 미국의 경제 위기 때 독일과 일본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급성장한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협력 체제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했다. 거기에 세계적인 분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중국경제 위기 가능성도 있는 마당이라 위기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는 게 정 본부장의 분석이다.

정태인 사업본부장은 “선진 경제의 침체나 정체 속에서 중국경제가 미국경제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이 두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경제 침체는 우리의 때 이른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

세계 경제의 침체는 곧 우리나라의 위기로 전염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재채기에 한국은 감기에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외에너지 의존도가 97.3%에 달하면서 식량자급률은 25%에 머무는 우리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거라는 예상이다. 재벌그룹들이 1년 안에 10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하더라도 성장률은 1%포인트 상승에 머물지만 보답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지주회사 요건 완화, 상속증여세 인하를 도입하면 경제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경제가 예상 외로 빠르게 침체로 빠져들지 않는 한 과거와 비슷한 성장률을 유지하겠지만 양극화와 더불어 물가급등으로 서민의 삶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는 경우 이명박 정부는 더욱 더 노골적인 개방과 규제완화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성장률과 주가 같은 경제지표는 높아도 서민의 삶은 더욱 악화되면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될 거라고 분석했다. 2~3년 후 중국의 침체가 본격화한다면 한국경제는 97년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 농후하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위기이자 기회

정 본부장은 “한미 FTA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경기의 향방과 관계없이 사회적 양극화와 자연의 일방적 파괴를 불러 올 것”이라며 “2~3년 후 경제위기가 닥쳐올 경우에는 정치사회적 파국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암울하게 진단했다. 반면 진보진영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진보진영이 사회적 연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나 규제완화 같은 경제정책 기조가 빠른 속도로 제도화할 것”이라며 “진보진영은 이런 제도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제시하고 논쟁을 벌여 국민을 설득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막연한 반대가 아니라 국제비교와 국민경제에 대한 효율성 비교를 통해 구체적인 공공성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복지 정책 사회적 비용 치를 것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복지정책의 원칙을 △시장과 경쟁 △보편적 복지가 아닌 기초생계 보전 △민간중심 △재정효율화로 정의했다. 이 교수는 “복지부문의 공공성 원칙이 훼손되거나 퇴보할 것”이라며 “특히 보건의료부문에 영리화, 효율화 논리가 거세게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복지부문에서 공공성이 지닌 비교우위를 확산시켜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시장과 경쟁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내부 비효율을 자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부문에서 민간부문의 비중이 95%에 달하고 보육부문도 90%에 이르는 등 ‘민간의 과잉’이 심각한 상태”라며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때 청계천 사업을 위해 복지를 포함한 모든 사업예산을 동결했던 전철을 생각하면 복지재정 확보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정책은 우리나라의 복지국가 건설에 치명적인 왜곡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수 교수는 “시장과 경쟁 논리를 제압하지 못하면 그동안 이룩한 복지 수준도 훼손당할 것”이라며 “노동시민단체와 정당, 지식인들이 적극적이고 강도 높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 자기혁신 바탕 연대 제안

노동운동의 대응방안을 발제한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성찰과 자기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노동운동의 위기논쟁이 격화되고 대기업 이기주의나 정규직 중심주의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진정한 혁신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파주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존재한다”며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의식 같은 낡은 운동풍토와 사업 작풍을 혁신해야 사회적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별노조시대에 걸맞은 사업작풍, 미조직비정규의 조직화, 현장강화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라며 “임금, 노동조건만이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을 통해 사회임금을 확대하고 사회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 구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항해 ‘신자유주의적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를 구성한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해 놓고 있다. 공공운수연맹·전교조·공무원노조·언론노조·사무금융연맹·보건의료노조 등 민주노총 소속 연맹을 중심으로 인수위의 최종 보고서 발표 전에 구성할 예정이다. 또 오는 3월 이전에는 투쟁본부를 시민사회단체로 확장해 ‘국민연대’를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역별 산업평화 선언, 노사민정 대타협 등의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지역본부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 놓고 있다. 특히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의 제도화, 산별협약 효력확장제도 신설에 집중하겠다고 계획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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