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의 근무형태 변경에 맞춰 자동차부품업체들도 노동시간단축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품산업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노정협의체와 공동노사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철식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15일 금속노련이 주최한 자동차부품업체노조 공동 워크숍에서 “오는 2009년 완성차업체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 경우 부품업체들의 근무형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부품업체들은 물량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단축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부품업체들의 근무형태를 살펴보면 물량조달체계에 따라 통상근무나 2교대제 등이 결정되는 방식이 많다”며 “완성차업체의 교대제가 변경되면 물량조달체계가 달라져 부품업체의 근무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근무형태 변경, 부품업체도 교대제 변경 불가피

김 연구위원이 금속노련 산하 자동차부품업체 6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완성차의 교대제 근무형태가 바뀔 경우 절반에 이르는 51.7%(완성차업체의 근무형태를 따라갈 것 35.5%, 물량확보 정도에 따라 교대제를 변경할 것 6.5% 등)가 교대제를 변경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은 “부품업체들은 완성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할 경우 생산물량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지고 경쟁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생산의 해외이전이나 구조조정, 외주화, 비정규직 고용증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제한된 물량을 둘러싼 부품업체 간의 경쟁을 심화시켜 일부 업체에서는 도산과 인수합병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실태조사에서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평균 주간노동시간이 57.3시간이었으며, 월평균 잔업특근시간도 72시간에 달했다는 사실을 밝힌 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역시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중에 잔업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고 심지어 토·일요일을 연속해서 특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완성차업체 노동자들보다 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노동시간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물량감소, 실노동시간단축으로 대응해야

이에 따라 그는 “완성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물량감소와 부품업체의 근무형태 변경을 노동시간단축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물량감소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을 방지할 수 있고, 삶의 질 향상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도 실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높지 않는 상태”라며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노동시간단축의 필요성에 대한 조합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부품업체 특성에 따른 교대제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사전준비를 강조했다. 부품업체노조들이 완성차업체의 교대제 개편 결과를 보고 나서 준비를 할 경우 사전개입이 불가능해 대응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근무형태로는 주간연속 2교대제나 고정야간근무제, 4조3교대제 등을 제안했다. 또한 야간작업이 필요하더라도, 심야노동을 없애거나 야간근무를 고정적으로 수행해 생체리듬의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부품산업 노동시간단축을 지원하기 위해 노정협의체와 부품업체 공동노사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정협의체에서 자동차(부품사)산업에 노동시간단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 사업장별로 협의를 진행할 경우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도입양식도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공동협약 체결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완성차의 교대제 개편은 단지 노동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노조가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

워크숍에 참가한 자동차산업·노동 전문가들도 부품업체노조들의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태주 현대자동차 전문위원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다”며 “어떻게 논의하고 준비하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나중에 일어나는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심야노동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며 “완성차업체에서 물량을 축소할 경우 당연히 부품사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임금삭감은 물론 구조조정 등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완성차업체 노사도 노동시간단축과 임금보전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어 사실상 부품업체의 상황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시간단축의 경우 회사는 생산성 향상의 계기로, 노조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가기 위해 각각의 주장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부품업체노조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근무형태 변경 전문가위원회 위원인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완성차는 임금보전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 타협할 지점이 있지만, 이 타협의 결과가 부품업체들에게 비용전가로 내려올 수도 있다”며 “때문에 부품업체의 교대제 변경은 완성차업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완성차업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대제 개편이 부품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질 하락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익재 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은 “올해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을 통해 노동시간단축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노동시간 상한제 등을 도입해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2천 시간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국장은 “금속노조 역시 완성차업체가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2차, 3차 하청업체의 경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견디지 못해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갖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금속노조의 힘만 가지고는 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자동차산업 전체(노사)가 나서 논의를 진행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 ‘중소기업 노동시간 단축 지원제도’ 등 다양한 정부 지원제도를 확보한 바 있다”며 “자동차부품산업의 교대제 변경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올해 안에 노정협의체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사회적인 동의를 얻어나가기 위한 노조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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