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당선된 박사훈(48) 운수노조 버스본부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구 민주버스노조 시절부터 버스본부의 주요 과제는 조직확대와 강화였다. 한국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조직력 때문이다. 이런 과제는 박 본부장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

그는 조직력 강화와 관련해 "현안 사업장에 활동가를 투입하는 기존 조직 사업 방식을 벗어나, 조합원 역량을 강화해 지역의제를 쟁점화하고 기존 조직이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조직화방안을 밝혔다. 특정 사업장 조직을 데려오냐 마느냐에 초점을 맞춘 단기적인 조직활동 방식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또 "완전공영제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 버스준공영제는 확대, 강화돼야 한다"며 한국노총 소속 조직과 함께 대전시 버스준공영제 폐지 철회 투쟁에 나설 의사도 있음을 밝혔다.

사진=정기훈 기자
- 조직 확대와 강화, 산별노조 강화 등이 버스본부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버스노조 시절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조직은 여전히 미미하다. 성원들이 열심히 했느냐 여부도 논란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직의 체질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가 내부 현안에 역량을 쏟아붓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기존 조직들이 지역에서 거점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산별노조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각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급선무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노총 산하에 있을 때의 노동자 의식, 조합원 의식이 민주노총으로 변경된 뒤에도 기업의 한 노동자라는 의식에, 조합원이라는 의식에 머물고 있다. 이 부분을 확 바꿔야 한다. 왜 민주노총으로 조직을 변경했고, 왜 노조운동이 필요한지, 이런 투쟁을 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식 무장화를 말하는 거다."

"지역문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인가.

"지금까지는 문제가 있는 현장을 포착해서 지원하고 협력해서 조직을 끌어냈다. 직접적인 결합을 통해 잘되면 조직이 되고 안되면 좌절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해나가자는 것이다. 예컨대 해당 사업장이 우리 조직에 올 수도 있고 안올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지역의 문제가 왜 안풀리는지 배경과 원인을 조합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복수노조 시대에 민주노조의 필요성을 확대시켜야 한다. 사업장에 활동가를 투입해서 조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지역의제화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자기 문제로 받아 들여야 한다.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현안이기도 한) 대전시 버스준공영제 폐지 저지투쟁에 나서는 이유도 이런 차원이다."

- 선거 때 버스 완전공영제 전 단계로서 준공영제 확대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구 민주버스노조나 운수노조의 공식목표는 완전 공영제가 아니었나.

"우리는 처음부터 대중교통인 버스산업의 공익성 때문에 당연히 공연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준공영제를 처음 시행하면서 예상된 부작용 때문이었다. 버스 수입액 부정수급 등 사업주들의 도덕적 해이, 여전한 현장의 임금체불, 비정규직 확대 등의 독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준공영제가 완벽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단 부정과 만행으로 점철된 버스 천민자본 문제를 한꺼번에 공영제로 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비록 문제가 있어도 연착륙 방식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착오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가 공영제라는 것은 변함없다."

"최종 목표는 공영제, 준공영제 개선돼야"

- 대전시가 사실상 준공영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투쟁하겠다는 계획인데 대전지역 역시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사업장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공동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나.

"한국노총 쪽에서 함께 투쟁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단 투쟁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가야 한다. 부도덕한 사업주들에게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무차별 지원금을 주는 것은 동의할 수 없고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준공영제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사업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체 책임경영제를 시행하겠다는 대전시 방침에 반대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정규직 임금을 지자체에서 받아 놓고 고용은 비정규직으로 하는 것을 대전시는 묵인방조했다. 이런 것을 바로 잡는 방향으로 준공영제가 유지돼야하고 종국에는 공영제로 점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 지원금만을 바라는 사용자들에게 도움만 주게 되는 공동투쟁은 안된다는 것이다."

- 버스본부에는 삼성교통 등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이 있다. 노동자끼리의 갈등문제도 발생하는데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일단 철저하게 부실화된 기업을 노동자들이 떠맡다 보니 열악할 대로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에서의 노사관계, 소유와 경영 관계를 법제도에서 담아내지 못하면서 당사자들은 노동자인지 자본가인지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지역 공공서비스 실천과 지역조직 거점화를 자임하면서 시작했던 초심이 소멸됐다. 재정난은 가중되고 성원들간 갈등이 생겨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차원에서 자주관리 개혁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자주관리기업 4개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고 발생하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려고 한다. 아직 좌절까지는 안하고 있다."

- 조직만큼이나 정책도 중요하다. 정부 정책 개입력이나 생산력도 미흡해 보인다. 대책은.

"그런 지적에 일차적으로 인정한다.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적, 물적 한계에 의해 뒤쳐졌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6년 12월 운수노조로 뭉쳤고 실천하고 있다. 한층 강화되고 발전된 운수노조 틀에서 정책경쟁력과 여력이 생겼다고 본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이런 부분들이 힘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 소산별노조였던 구 민주버스노조 역사를 합치면 산별역사는 10년 가까이 된다. 그에 비해 산별교섭도 진척이 느린데.

"자체 조직력 한계 때문에 전국단위의 산별교섭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울산과 대전 등 일부지역에서는 지역교섭을 진행했다. 물론 지역과 횟수는 제한됐다. 운수노조 차원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버스도 조직적 방침에 최대한 부응하겠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국단위 교섭은 힘들고 한정돼 이뤄질 것이다. 복수노조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교섭 원칙으로 진행할 것이다. 버스준공영제를 준비하거나 시행하려는 지역에서는 대 지자체 교섭을 하겠다.

운수노조 차원에서는 2010년 중앙산별교섭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까지 전국 단체교섭을 못한 한계를 2009년 말까지 훈련기간으로 삼아 복수노조 시대에 명실공히 전국적인 산별교섭을 해 낼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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