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우리 매장이 가맹점으로 바뀐대요. 저는 그럼 다른 직영매장으로 이동하게 되는 건가요. 계속 일할 수는 있나요?"

최근 한국피자헛노조(위원장 김용원)의 한 조합원이 노조로 걸어온 전화통화 내용 중 일부다. 한국피자헛이 지난해부터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을 매각하는 대신, 본사와 별도의 계약을 맺은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노조는 14일 서울 대치동 한국피자헛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최소한의 통보 절차 없이 진행되는 직영점 매각소식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매각이 진행 중인 매장에서는 연일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한 권고사직이나 원거리 발령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327개 매장 중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점은 178곳, 가맹점은 149곳이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에만 20여곳의 매장을 팔아 가맹점으로 전환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매출실적이 저조한 19개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직영매장을 매각하는 이유로 '순이익 감소'를 들고 있다. 실제 피자헛은 패밀리레스토랑과 씨푸드 뷔페, 저가 피자브랜드의 공세로 인해 최근 수년 간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돼 왔다. 매년 미국 본사로 보내는 로열티 부담도 피자헛코리아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40억원, 그러나 매년 달라스 본사로 1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또한 매장이 전국의 역세권에 밀집해 있는 탓에 매장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원인을 찾아내 치료에 나서야 하는데, 현 경영진은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맞추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별 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인건비 부담을 떠넘기고,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영업 수수료로 경영부진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장은 "가맹점주들은 인건비와 함께 미국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한국 본사에 내는 수수료 등 3중의 부담을 져야 한다"며 "직영매장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있는 가맹점주들은 값싼 '알바' 채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기존 직원들은 자기 발로 회사를 떠나거나 열악한 일자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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