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던 '시공참여자 제도'(이른바 십장제)가 올해 1월1일자로 폐지됐다. 건설업체들은 이달부터 새롭게 맺는 건설계약에서 팀장이나 반장이라 불리는 십장에게 도급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7일 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을 살펴보면 건설현장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지됐을 뿐만 아니라 체불임금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됐다. 전문건설업체들이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뒤 동절기나 장마철에도 고용을 유지하면 지원금이 지급된다.

시공참여자 제도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켰다. 또한 체불임금을 발생케 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부분의 체불임금 사건이 건설업체들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발생하기보다는 이른바 '십장'들이 돈(임금)을 갖고 달아나 일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2조)은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 조항이 현장에 정착될 경우 이런 문제점들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서는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 법률상 가입이 의무화돼 있는 보험의 소요비용을 공사금액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발주자는 건설을 도급받은 업체에 보험료를 선지급해야 하며, 지불한 금액이 보험료 납부금액을 초과할 경우 사후 정산해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건설노동자들이 일용직 신분인 것을 이용해 4대 보험 가입을 기피했던 건설업계의 관행을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3조)에서는 노동부 장관이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직업능력 개발과 향상·복지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건설근로자고용개선기본계획'을 수립·시행토록 규정했다. 이 계획에는 △고용 및 고용구조 개선 △직업능력개발향상 △노동자 복지증진 △임금·휴일·휴가 및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준수 사항 △동절기 건설노동자 고용안정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계속고용지원금제도'를 도입해 동절기나 장마철에도 건설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면 고용보험에서 일당의 4분의 3을 지급키로 했다. 또 7조에는 건설현장에 화장실·식당·탈의실 등 복지시설을 사업주가 의무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근로기준법(44조 2항)에 따르면 오는 2월부터는 건설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원청과 하청이 의무적으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 하도급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건설업체(하수급인)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청(직상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건설현장 오랜 관행, 올해 안에 뿌리 뽑겠다"
"정부에 명예단속원 제도 요청할 것"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이 현장에서 정착되면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뿌리박혀 있는 관행들이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전국건설노조(위원장 백석근)는 지난해 개정돼 올해부터 적용되는 건설산업기본법 등이 현장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감시·단속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 개정된 법안들이 올해부터 적용되긴 하지만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항들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왔던 좋지 못한 관행들이었고, 법 개정 이전부터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위해 싸워왔던 것들인 만큼 정착을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노조는 올해부터는 불법하도급이 된 시공참여자 제도 위반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에 뿌리박힌 대표적 관행이면서도 노동자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해 온 '독소'이기 때문이다. 또 제도가 폐지되긴 했지만, 전문건설업체의 직접 고용이 의무화되지는 않은 만큼 각종 편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타워크레인 고용계약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는 노동력만 제공하는 형태의 '노무 도급'이 대표적인 사례인 것으로 건설노조는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를 사전 방지키 위해 정부에 '불법하도급 명예단속원 제도' 도입을 요청하는 등 노조와 공무원의 합동단속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런 방안을 오는 11일 열릴 건설교통부와의 정례협의회에서 정식 제안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사공동선언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건설업자들도 이같은 관행들을 지양해 나가자는 뜻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송주현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개정법에 따라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이었던 것들을 개선하고 현장에 정착하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초반에 뿌리를 뽑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감시·단속활동을 철저하게 진행하면서 임단협 시기에 맞춰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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