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부문에서 제조업·정규직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던 유통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건강을 되찾아 주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민간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 의제 개발사업을 벌인 연맹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최근 산업안전 분야 연구자, 사회학자, 산업의학 의사, 법률전문가, 인간공학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 회의는 오는 13일부터 가동될 계획이다. 유통종사자에 대한 건강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자문단은 특히 '백화점 의자 놓기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매장 계산대에 의자를 비치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쉴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하지정맥류나 근골격계질환 등 직업병 예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문단은 논의결과를 토대로 의자 놓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서비스연맹 소속 유통 노조들이 올해 임단협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도록 자문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사업장 의자 놓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같은 사항이 이미 법률에 규정돼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7조(의자의 비치)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때에는 당해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등 정부 당국의 감시소홀과 서비스업종 특유의 '어디 감히 서서 일하느냐'는 인식이 맞물려 의자 놓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노사합의를 통해 '임산부에게 의자 놔주기' 등에 합의하고도 회사측이 의자 설치를 지연하거나, 설치했던 의자를 철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신범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교육실장은 "의자를 설치하자는 것은 근무시간 내내 앉아서 일하자는 뜻이 아니라 손님이 뜸한 시간이나 몸이 힘들 때 쉴 수 있다는 의미"라며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 소중한 휴식의 도구로써 의자 설치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유통서비스 업종에서 의자 설치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영국이다. 영국의 유통점에는 의자가 설치된 계산대의 보급이 일반화돼 있다. 그런데 최근 소형매장을 중심으로 의자 없는 계산대가 보급되면서 다시 의자 놓기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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