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금융노조 선거파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마호웅 후보와 양병민 후보는 조합원들의 선택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선거를 지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양측 후보에 금융노조 현안과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은행 계약직 3천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기호 1번 마호웅 위원장 후보는 이 노사합의 주체로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는 금융노조 선거에 나섰다. 이번 선거를 위해 많은 시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금융노조를 바꿔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력해진 금융노조를 다시 살리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고 그 책임을 기꺼이 맡겠다는 것이다. 마 위원장은 “조합원들도 금융노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노조 선거 파행으로 잃어버린 3년을 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산업·기업 등 국책은행 민영화가 예상된다.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권의 민영화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대응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우선 공적자금 투입기관인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광주·경남·우리금융정보시스템과 수협에 대한 문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명확하고, 긱종 기금의 분산 보유와 우수 금융기관들간의 교차(Cross)보유를 통해 금융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외국자본과 산업자본으로부터 금융산업을 보호하는 안을 검토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또 산업·기업 등 국책은행에 대해서는 국책기관의 자율경영을 확보해 합병에 대한 공감대 형성, 금융공공성 확보, 고객에 대한 피해방지, 종업원의 고용안정 문제가 우선 담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외환은행 등 외국자본 투자은행 재매각 문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가치산정과 종업원의 고용안정 담보, 경영권 독립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것이다. 당선되면 정부에 강력히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할 것이다. 또 고용안정, 금융공공성 유지를 위해 노정간의 논의 틀을 마련할 것이다.”

- 국책은행 민영화 외에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나 한미FTA 등 금융산업 구조개편도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통법 한국자본시장의 빅뱅을 유도하고 증권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법안 시행으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되고 업종간 이해상충이 야기될 수 있다. 또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으로 인해 은행저축이 가치변동성이 큰 증권계좌로 이전돼 금융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선되면 정부와 TF를 구성해 우선적으로 금융인력을 키우고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금융권간의 상충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각 업계와 업무제휴나 업무교차(소형점포 상호 교차 설치) 등 제도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 공감대 형성을 위해 조합원들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

-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단일화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경선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입장과 경선 이후 통합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지난 3년 간 너무 가슴 아팠다. 외국자본과 산업자본의 횡포에 맞서야 할 때 금융노조가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양해각서(MOU)문제를 비롯해 금융권 비정규직문제 등 금융노조와 함께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 같았는데 무기력한 금융노조를 바라봐야 했다. 우리은행에 산적해 있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금융노조 파행을 수습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1년6개월만에 문제를 봉합하는 역할을 했다. 칭찬을 받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책임은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강했고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양병민 위원장과 김기준 이사장은 사전에 합의를 마친 후 저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리고 각 지부대표자들이 의견을 모은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단일화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선거가 어느 선거보다도 깨끗하고 투명해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위원장이 되면 우리은행의 합병 과정에서 통합을 주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노조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중요한 현안이 잇따라 지부 보충교섭으로 이관되면서 일부에서는 금융산별교섭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용자들도 이중교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초기 금융산별교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금융노조의 선거파행은 금융노조의 위상을 저하시켰고 산별교섭마저 위험에 빠뜨렸다. 금융산별교섭 무용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금융환경과 정치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현실은 대정부 대응 문제와 더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 국제화 및 산업자본의 횡포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 지금은 금융산별교섭의 협상력, 정치력,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노조가 정책노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지난해 각 지부별로 무기계약직이나 분리직군제 형식으로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했지만 임금·승진 차별과 노조가입 등 아직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비정규직문제는 지난해 이슈가 아니다. 과거 10여년간 억눌렸던 문제들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800만명이 넘는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인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들의 삶의 문제로서 향후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비정규직문제 해결방법은 각 기관과 지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정부와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큰 틀의 합의란 우선 비정규직들의 제도권내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유도해 내는 것도 금융노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각 지부별로는 고용안정과 복지의 형평성을 맞추고 각 지부현상에 맞게 시간별 계획을 잡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직군제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2년내 직군을 폐지하고 임금격차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 산별노조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과 당선 이후 집중할 사업에 대해 말해 달라.

“이명박 정부를 친기업적인 정부라고 말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노조의 위상을 정립하고 강력한 산별을 완성해야 한다. 강력한 산별은 협상력·정치력·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제가 당선되면 이를 실현할 것이다. 이와 함께 따뜻한 노동현장을 만들겠다.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사랑하며, 힘든 하루를 보낸 후 맥주한잔 기울일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겠다.”
 

“금융노조 신형엔진 되겠다”
마호웅 위원장 후보를 비롯해 양원모 수석부위원장 후보, 김동섭 사무처장 후보는 요즈음 신바람이 난다고 말한다. 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금융노조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금융노조에 관심을 갖고 있어 기쁘고 변화에 대한 책임을 맡겨 달라는 주문을 해주니 고맙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이 짧은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금융노조의 신형엔진이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양원모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통합 KB국민은행지부를 이끌어 왔다. 그는 “현장조합원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직접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는 사업계획을 전면에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섭 사무처장 후보는 지난 1년6개월간 금융노조 사무처장을 맡아 혼란을 수습했다. 그는 “금융노조를 일하는 노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호 1번 후보자 약력
마호웅(47) 위원장 후보

우리은행지부 부위원장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현 우리은행지부 위원장
 


양원모(46) 수석부위원장 후보

국민·주택은행지부 파업시 조직국장
주택은행지부 위원장
현 KB국민은행지부 공동위원장
 


김동섭(45) 사무처장 후보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서울노총 비상임부의장
현 금융노조 사무처장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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